정부의 국비 지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교육청이 예산 책정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예산 편성을 한 만큼 반쪽짜리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9일 충청지역 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시·세종시·충남도교육청은 내년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당초대로 각각 720억원, 67억원, 650억원 등으로 전액 지원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은 대전시·세종시교육청이 6개월분(295억원·78억원), 충남도교육청이 7개월분(633억원) 등으로 편성된다. 대전시·세종시·충남도교육청이 지난 7일 추가로 합의해 결정한 규모다.
충청지역 교육청의 경우, 타 교육청보다는 기존 예산에서의 여유분이 있어 상대적으로 기간을 확대해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같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안이 어린이집 보육대란이라는 급한 불을 껐다고 하지만 유아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우려를 씻어냈다고는 볼 수 없다.
예산안 법정 제출인인 오는 11일까지 예산안을 책정해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 결정한 것이며 정부의 예산 지원에 대한 확약이 없는 상황에서 6~7개월 뒤로 논란을 미룬 것밖에 되질 않는다.
한 학부모는 “당장 6개월가량은 지원을 받게 된다고 하지만 만약 이후에 지원되는 예산이 없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당초 시·도교육감들이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정부 앞에 약해진 모습만 보여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시·도교육청별로 예산편성 규모가 다를 뿐더러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향후 시·도교육감의 목소리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 의문만 남는다.
지난 6일 열렸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정부의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긴 했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그동안 거듭 예산 편성 거부를 천명했던 것을 스스로 뒤엎으며 명분까지 잃었기 때문이다.
일부지역 교육감은 그대로 예산 미편성을 외치는 등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더이상 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당초 협의회를 통해 결정된 것은 무조건 2~3개월이 아닌, 예산 여력이 있으면 그 이상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교육청별로 예산 사정이 다른 만큼 그에 맞춰 편성토록 합의된 것이며 앞으로도 각 교육감들은 공조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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