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가 끝난 대전 경마 장외발매소에 경마 정보지와 마권이 버려져 있다. |
경주마가 트랙을 돌아 결승선으로 달리는 모습이 모니터에 보이고 이를 중계하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적게는 500명에서 600여명 됨직한 사람들이 한 층에서 박씨처럼 흡연실에서 또는 바닥에 앉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서서 모니터에 열중하고 있었다.
박씨는 자신이 예상했던 순위가 맞지 않았는지 7만원짜리 마권 두 장을 구겨 바닥에 던져버렸다.
탄식과 욕설이 장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것도 잠시, 다음 경주 시작 3분을 알리는 알람과 함께 구매권을 구입하는 줄이 창구 앞에 길게 이어졌다.
대전 월평 경마 장외발매소는 실제 말은 볼 수 없고 서울·부산·제주경마장에서 열리는 경주에 마권을 구매하는 시설이지만, 지난해 36만5700명이 다녀갔다. 연간 150일 운영된 월평 발매소에 경주일 하루 평균 2438명이 방문한 셈이고, 이곳에서 일 년간 2541억원이 거래됐다.
월평동 장외발매소에서 2㎞ 떨어진 유성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역시 지난해 31만8000명이 방문해 1020억원이 거래된 대규모 사행시설이다.
이같이 정부가 운영하는 대규모 사행시설이 충청권에서 6곳 운영되고 있다. 이들 합법적 사행시설의 연간 매출액은 천문학적 수준이어서, 천안 경마 장외발매소는 지난해 2995억원 매출을 포함해 7240억원이 충청권에서 경마·경륜·경정에 거래됐고 누적 방문자도 135만명에 달했다.
충청권 도심 곳곳에 있는 이같은 장외발매소는 도박 중독성이 강한 시설이면서도 중독성을 낮출 정책에 소홀한 실정이다. 1회 베팅 한도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위해 전자카드 제도가 있으나 충청권 장외발매소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거나 권고하는 수준으로 전면도입은 없다.
창구를 옮겨다니며 마권과 경주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수십만원의 베팅이 지금도 이뤄지는 실정이다.
마사회 대전지점 관계자는 “전자카드제는 일부 시행하고 있으나, 방문객의 불편과 민원도 있어 전면시행시점을 예상할 수 없다”며 “장외발매소의 매출액에 제한을 두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어 경마 경주장에 직접 오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같은 중독성 강한 사행시설이 도심에 있어 충청권 중독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서울·부산·광주·경기·강원에 있는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센터를 찾은 중독자의 거주 지역을 파악한 결과 충청권의 비율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경기도 도박치유예방센터에서는 지난해 조사된 중독자의 거주지 중 경기도(72%) 다음으로 충남(7.5%)과 충북(2.9%)이 많았고, 대전 거주 도박중독자도 2.1%에 달했다.
이에비해 사행사업자가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해 투자한 예산은 지난해 총매출의 0.15~0.26%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5월 사행산업 평가를 통해 “장외발매소는 본장에 비해 여가나 레저기능은 적고 도박중독을 확산시키고 매출 상한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사행산업의 장외발매소가 전체매출의 적정한 수준이 유지되도록 감독 기관의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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