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9시, 도박중독 경험자들의 모임인 '단도박'에서 만난 A(48·중독 15년)씨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A씨는 15년 전 직장 동료와 경마장 장외발매소에 갔던 게 도박중독의 시작이었다.
지갑에 있던 몇만원이 화상경마를 통해 십수 만원으로 불어난 달콤한 경험에 빠져 한 번이 두세번이 됐고, 어느덧 경마가 있는 날마다 장외발매소를 찾는 중독이 되어 있었다.
A씨는 “도박자금을 끌어오느라 빚을 져 신용불량자가 되고 아이들과 부부 관계도 깨지는 순간에서야 내가 도박에 중독됐다고 인정하게 됐다”며 “도박중독은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빨리 인정하고 가족과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도박 모임에서 만난 B(53)씨 역시 집과 대출 담보를 포함해 10억원 가량을 카지노와 스포츠 토토 도박에 잃었다. 결국 부인과 이혼했지만, 단도박을 통해 중독을 치유하면서 최근 부인과 다시 함께 생활하고 있다.
B씨는 중독성이 강한 합법적 도박장이 생활공간과 너무 가까워 유혹을 이겨내기 더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B씨는 “버스 한번만 타면 사행성게임장에 갈 수 있거나 집앞 슈퍼에서 도박을 즐길 수 있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중독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것”이라며 “사행성게임으로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걷고도 중독자를 위한 예방과 치료는 너무 소홀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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