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전은 대전지역 예술인에 대한 문헌기록이 전혀 없었고, 지역 예술사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수도권 중심의 문화예술사에서 벗어나 지역화를 이루기 위한 조사, 연구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전문화재단은 지난해 6000여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올해 채록 사업을 시행했다.
생애사와 주제사로 나뉜 채록 사업에서 생애사는 대전예술계에서 30년 이상 활동하고 지역 예술계에 큰 업적을 남긴 각 분야의 원로 예술인들이 유년시절부터 최근 활동까지 한사람의 삶 전반에 대한 채록을 하는 작업이다.
주제사는 대전 근현대 예술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예술사적 사건인 '대전시민회관'을 선정해 채록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생애사는 ▲노덕일(음악-채록자 박미란) ▲김란(무용-채록자 이찬주) ▲조남홍(국악-편성철) ▲임봉재(미술-강희정) ▲신건이(사진-신유미)등의 채록을 마무리한 상태다.
주제사는 대전 시민회관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예술행정가, 예술향수자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수집해 대전시민회관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문화재단은 대전원로예술가의 채록문을 자료집으로 제작하는 한편 디지털 아카이브 등록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들 구술채록 결과물을 활용해 전시회도 계획중이다.
여러가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내년도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구술채록 사업은 1년만에 중단될 전망이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대전의 경우 원로예술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고, 원로예술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이 소멸 위기에 놓여있었던 만큼 시급한 현안과제였다”며 “오랜 설득을 했지만, 내년도 대전시 예산이 부족하다며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원로 예술인에 대해 지역에 수집된 자료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지역 문화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한해만에 중단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