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대형마트 횡포, 불이익 생길까 말 못해”

32%, PB 원가 미반영 고충… 상생위한 적정가격 보장과 단속강화 등 근절대책 강조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 2곳 중 1곳은 불이익을 우려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말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형마트 자체상표(PB) 제품 거래 시 납품가격에 대해 32.2%가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3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거래 주요기업 애로실태'를 실시한 결과, 49.3%가 '불공정 거래 신고에 대한 비밀보장'이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대규모유통업법 제정과 표준계약서 개정,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 제정 등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대형마트 불공정 거래 경험은 2008년 46.9%에서 올해 11.3%로 감소했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중소기업은 정부의 제도적 장치에도 여전히 특별한 대응방법이 없어 거래를 감내(55.9%)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대책으로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49.3%), 직권조사 및 단속강화(45.3%), 제재 강화(44.7%) 등을 꼽으며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납품업체는 상생협력 방안으로 무엇보다 적정 납품가격 보장(37.0%)을 원했다. 이는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에 대해 중소 납품업체의 81.0%는 인지하고 있었다.

지침 시행 이후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기본장려금, 성장장려금, 신상품장려금 등 판매장려금 수는 평균 8.3개에서 2.3개로, 금액은 판매대금 대비 6.5%에서 4.2%로 감소했다.

하지만, 계약서에 판매장려금 결정기준이 반영되지 않았거나(38.7%), 판매 장려금 축소 대신 납품가격을 인하(17.4%)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PB 제품을 납품하는 이유로는 매출액 10억~30억원 규모의 업체의 경우 '안정적인 판로망 확보(52.9%)'가 가장 높았다. 반면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는 '대형마트의 권유(44.4%)'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정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 “대규모유통어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대형마트의 불공정행위는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도 납품 중소기업은 불공정 행위 등에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직권조사와 단속강화 등으로 실제 납품하는 중소업체까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