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세계지리 8번 출제오류에 따라 4800명 규모의 대상학생을 구제키로 밝혔다. 교육부는 또 문제 오류로 오점 처리된 학생에 대한 구제방식을 이달 중순께 제시할 예정이다.
이미 거론되는 편입이나 추가 입학 등에 대한 방법이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구제 방식에 대해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교육부나 대학 등 어느 곳에서도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피해학생을 전원 구제할 방침이라고 정해놓긴 했지만 대학의 입장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일부 대학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제 방식을 놓고 하나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교육부가 내건 만큼 상당수 대학의 사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 교육부의 구제 결정에 대학들은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방식을 정하면 대학은 무조건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학은 수능 등급이 올라가는 학생들이 수도권대학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또 편입이나 신입생 추가 입학 등의 구제방식이 수도권 중심으로 마련될까 염려하는 눈치다.
교육부와 구제문제를 놓고 협의중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의 대학 사정을 고루 살펴보고 있다고 하지만 지방의 대학실정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구제학생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13일 2015학년도 수능 일정과 겹쳐 구제 대상학생에 대한 개별 공지 시기를 선뜻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대상학생을 공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제 대상이라고 확신하는 대학 1학년생이나 재수생들의 마음만 복잡해지고 있다. 이미 타 대학에 입학한 대학 1학년생의 경우, '잃어버린 1년'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구제를 받아 선호도가 높은 대학으로 옮겨가더라도 신입생 신분인지, 편입생 신분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비용 문제까지 거론된다. 이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등록금을 낸 상태이며 재수생의 경우, 이미 수능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동안 지출한 수능 준비 비용이 아깝기만 하다.
지역 재수학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재수생이 1년동안 수능 준비를 위해 1000만~15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며 수도권은 2000만~4000만원가량 든다”고 재수생의 사정을 귀띔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중순께 구제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다양한 의견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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