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초 KT ENS 협력업체의 수천억원대 대출사기사건, 외환은행과의 조기합병 잡음 등으로 대내외적 신용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다 일부 은행에 비해 시민이용 편의성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2일 세종시와 지역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종시가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시금고에 1금고 NH농협은행, 2금고 하나은행이 각각 선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4년간 연 1조원에 이르는 시예산 중 농협은행이 일반회계 관리를, 하나은행이 특별회계와 기금 관리를 각각 맡게된다.
그동안 세종시 금고는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제1금고와 제2금고를 맡아 운영해 왔다.
이번 세종시금고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9점), 시민이용 편의성(21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1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 협력사업(9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했다.
지역금융계에서는 1금고의 경우 농촌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세종시 특성상 농협은행의 선정은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2금고에 하나은행이 선정된 것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시금고 운영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기존 금고가 선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산 이전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뿐더러 신규 시스템에 적응해야 해 한동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하나은행의 제2금고 선정을 두고 '시장 입김 작용'과 '전방위 로비' 등을 제기하고 있다.
자치단체 금고의 경우 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뀌면 종종 바뀌는 경우가 있다.
세종시는 올해 선거에서 이춘희(새정치민주연합) 시장이 전임 유한식(새누리당) 시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하나은행 사외이사 6명 가운데 2명이 이춘희 시장이 나온 대학의 교수라는 점을 감안, 이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게 지역금융계의 시각이다.
특히 한 사외이사는 이 시장과 같은 학과 출신이다.
반면, 이번 심사에서 탈락한 우리은행 사외이사 가운데 이 시장이 나온 대학 교수는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시금고 선정 시 은행에서 제공하는 협력사업비 외에 지역사회기여사업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통상 협력사업비의 경우는 시 세입으로 편성돼 시 운영자금으로 쓰이지만, 지역사회기여사업비는 은행에서 관리하며 시 요청에 따라 각종 사업에 쓰인다는데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시장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 보통 높은 금액을 약속한 은행일수록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 협력사업' 분야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세종시 담당자는 “하나은행은 충청은행을 인수한 은행으로 지역은행으로서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어 지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하나은행은 모든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으며, 대출이나 예금 금리를 좋게 제공해 줬다”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며 “시장님은 평소부터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원칙으로 하시는 분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세종시 선정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하나은행이 대전시와 충남도의 금고를 맡고 있어 지역은행 MOU를 체결해 우리가 아니면 안되는 게 아니냐”면서 “지난번 세종시 금고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웠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