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잠든 사이에… 몰래버린 양심

이웃 잠든 사이에… 몰래버린 양심

원·투룸 얌체 무단투기 극성… '젊은층 짧게거주' 특성 한몫

  • 승인 2014-11-02 16:46
  • 신문게재 2014-11-03 1면
  • 윤희진·정성직 기자윤희진·정성직 기자
[월요포커스] 쓰레기장 된 다가구주택가

▲ 다가구 밀집지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주택가에 각종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다가구 밀집지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주택가에 각종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원·투룸 등이 주로 밀집한 다가구 주택가가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채 방치되고 있다. 거주자 특성상 쓰레기를 제시간에 제대로 버리지 않는데다, 종량제봉투에 담지 않은 무단 투기와 '남의 집' 앞에 버리는 얌체행태 등이 만들 어낸 합작품이다.

자치구마다 최첨단 장비와 세밀한 쓰레기 수거방식 등 나름 효율적이고 앞선 제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유독 다가구주택가에서만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본보가 생활쓰레기 실태 파악을 위해 대전 서구 갈마동과 월평동, 도마동, 탄방동, 유성구 궁동, 중구 용두동 등에 밀집한 다가구 주택가를 최근 3일간 오전과 야간으로 나눠 확인한 결과, 여러 요인이 복합되면서 다가구 주택가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자치구 조례에 따라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생활쓰레기는 매일 지정된 시간에 배출해야 한다. '문전 앞 배출'이 원칙이며, 골목 수거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다. 집 앞 골목 한 곳에 모아놓으면 대전도시공사와 자치구의 수거 요원들이 일일이 골목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차량이 다닐 수 있는 큰 길가로 옮겨놓는다. 그걸 수거차량이 싣고 처리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은 매일이 아니라 자치구 동별로 지정한 날짜에 배출해야 당일 거둬간다. 하지만, 일부 단독주택을 제외한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는 사례가 상당히 적었다.

다가구 주택에 사는 이들의 특징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게 현장 업무자들의 얘기다.

통상 원ㆍ투룸으로 불리는 다가구 주택에는 주로 젊은 층이 산다. 대학생이거나, 야간에 주로 일을 하는 직업 등이며 거주기간도 평균 2년 정도로 짧다. 대부분 주택 내에 주인이 함께 살지 않는 것도 일반 주택과 다르다. 그러다 보니 소속감이 없고 관리할 사람도 없다. 말 그대로, 잠시 스쳐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자치구가 수많은 홍보전달을 배포하고 통장들이 일일이 다니면서 문을 두드리지만 '쓰레기 제대로 버립니다'라는 얘기가 통하긴 커녕 쉽게 만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려 해도 책임 소재 입증이 쉽지 않고 CCTV로 실시간 감시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중무장을 한 채 태연히 버리고 사라진다.

물론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유성구가 무단투기가 심각한 지역을 옮겨다니며 화면과 음성(경고방송)을 활용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경남 양산시는 다가구주택 인ㆍ허가 때 주택 내 공간을 확보해 아파트처럼 생활폐기물보관함을 설치하도록 권고했더니 민원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식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키는 이들의 의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막대한 세금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민이 이를 지키지 않아 스스로 낸 혈세를 낭비하는 셈이다.

전재현 대전시 자원순환과장은“외국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생활쓰레기 관련 정책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규제를 통해 의식을 바꾸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선다면 생활쓰레기는 물론 여러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정성직 기자 noa790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