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현행 선거구별 인구 편차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편차를 2대 1 이하로 적용토록 입법 기준을 제시한 이유에서다.
그간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충청권 인구의 증가에 따른 표의 등가성과 주민 대표성 등 당위적인 명분을 통해 선거구 증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었고, 선거 때마다 증설의 필요성이 거듭 나왔으나 정작 선거 이슈에 묻혔다. 또 비교 대상이 여야 각 당의 텃밭지역인 탓에 충청권 선거구 국회의원 증설의 실현 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결정에 인구 편차 적용기준이 하향돼 충청권 선거구 증설의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충청권 내 3개 지역에서 선거구 증설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대전에서는 유성구 인구가 지난달 32만 7000여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선거구 인구 상한선인 31만 2000명을 넘은 상황이다.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유성구 국회의원 의석을 2석으로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점쳐진다.
충남 천안도 마찬가지. 천안을 선거구의 인구가 34만명을 바라보는 상황인데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천안을은 국회의원 의석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당초의 예상과 달리 정개특위의 독단적 결정에 쌍용2동을 천안갑에 내줬던 터라, 천안은 이번 기회를 활용, 충남 수부도시로서의 입지 회복과 지역 정치력 신장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충북의 경우, 인구 수 25만을 넘은 청주 흥덕구를 중심으로 증설의 필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헌재의 결정으로 광주 등 호남의 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호남 정치권의 반발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호남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서청원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충청권 선거구 증설에 공감했을 때도 '인구 편차만을 우선시하면 안된다'고 반발한 바 있다.
또한, 한정된 국회의원 의석수를 두고 전국이 모두 새 판을 짜야 하는 만큼, 지역 간 힘겨루기에 불의의 피해를 보는 지역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앞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을 당시, 보은·옥천·영동이 '통합대상 선거구'로 분류,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따라서 충청권 몫을 사수하기 위해 지역 정치권 등의 결집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3번에 걸친 선거구 증설의 실패는 지역정치권의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지역 정치권은 증설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더 이상 지역유권자들의 표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대전시당도 “당리당략을 떠나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선거구획정이 되도록 해나가자”고 밝혔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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