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은 금저울'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교단에 선지 어언 50년이 흘렀다. 초등학교 교사에서 대학 교수, 교육감을 거쳐 대덕대 총장까지 지난 50년 동안 선생의 길만을 고집했다.
교육감에 당선된 후에는 형제들을 불러놓고 아버지 제사는 안와도 좋으니 교육감을 하는 동안에는 남남으로 지내자며 주변부터 정리할 만큼 단호하지만 자신에게 '나는 과연 영혼을 감동시킨 스승이었나'를 되물으며 담금질도 멈추지 않는다. 지역의 교육자에서 지역의 대표 어른으로 우뚝 서 있는 홍성표 대덕대 총장을 28일 대덕대 총장실에서 만나 감동과 울림이 있는 홍 총장의 교육철학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교육인생 50년, 영혼을 감동시킨 교사였나…매일 되물어=대전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에서 출발한 홍 총장은 충남대 교수를 거쳐, 대전시 교육감으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다가 이제는 대학 총장으로 또다른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교육은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 행동을 수정하고 변화시키는 계획적인 활동이에요.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은 사람다운 사람,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지요.”
이렇게 교육을 정의한 홍 총장은 “초·중·고든 대학이든 오로지 학생만을 바라보고 따뜻한 가슴과 찬 머리를 가진 사람을 육성해야 하는 교육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자로서의 홍 총장은 은사였던 윤석병 전 충남도교육감이 말한 '아이들 눈은 금저울'이라는 말을 지난 50년간 가슴에 새기고 지켜왔다.
“선생은 아이들 눈이 금저울이라고 생각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그 말씀대로 하려면 절대로 아이들을 편애해서도 안되고, 한시간을 강의하려면 세 시간을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저울'과 함께 '진정성' 역시 홍 총장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대전시교육감으로 재직했던 지난 8년 동안, 그리고 대덕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도 홍 총장은 진정성의 힘을 믿는다.
“사람이 하는 일은 서로 마음이 통하면 됩니다. 요즘 곳곳에서 소통, 소통하는데 소통은 하려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에요. 우선 상대방이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몸을 낮추고, 배려해주는게 중요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대를 인정해 주는겁니다. 이 세가지가 갖춰져야 비로소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이같은 홍 총장의 소통철학은 취임 직전까지 극에 달하던 대덕대의 내홍도 잠재운 힘이 됐다.
“총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노조는 물론 버스 기사들까지 대학 구성원을 모두 다 만난 일이에요. 만나서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실행에 착수했고, 시간이나 돈이 필요한 것은 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어요. 약속한 게 지켜지니까 구성원간 신뢰가 자연스럽게 쌓이더군요.”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역지사지'와 '화이부동'을 주문한 홍 총장은 구성원들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교직원들의 자존심을 드높여 사기를 진작시켜주는데 주력하고, 교수들의 연구와 학생 지도 활동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 하고 교내 환경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제교육과 전인교육으로 대덕대만의 경쟁력 제고=지난 2012년 3월 취임한 홍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주문식 맞춤교육을 통해 취업률을 끌어올렸고, 전문대 기관평가 인증과 2013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서비스품질 우수기관 인증도 획득했다.
특히 보육분야에서는 정부 세종청사 등 공공기관 직장 어린이집 수탁 공모에서 4차례나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부속어린이집과 4개의 수탁운영 어린이집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전국 대학 중 처음으로 영유아보육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홍 총장은 “현직 보육교사의 질적 관리를 맡아줄 기관이 없었는데 대덕대가 처음으로 영유아보육연수원을 설립해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연령별 누리과정의 중부권 위탁기관으로 선정됐고, 올해 세종시 보육교직원 보수교육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대덕대가 앞으로 우리나라 선진보육 구현에 있어서 그 어떤 기관이나 대학보다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눈부신 성과는 홍 총장이 평소 강조한 '도제교육'이 밑바탕이 됐다.
“대덕대는 직업교육 중심대학입니다. 도제교육은 학생들에게 취업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수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물려주고자 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강의시간은 물론 방과 후와 방학중에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취업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될지 고민하며 가르치는 것이지요.”
도제교육 내용중 하나인 특허출원 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2년동안 누적 특허출원이 475건에 이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덕대는 올해에만 대덕연구단지내 특허출원건수의 10%에 해당하는 500건 출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홍 총장은 “교수가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가르친다면 학생들에게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된다”며 “교수의 실력을 물려받은 학생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고, 취업후에도 더 성장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교수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베푼다면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고, 잘 배운 후 좋은 직장에 취업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혼을 감동시킨 스승이었나 되물어=교육자로서 50년의 길을 걸어온 홍 총장은 일에 있어서만큼은 원리원칙주의자다.
교육감에 당선된 후 형제인 6남매를 불러 교육감을 하는 동안 만큼은 “아버지 제사에 안와도 괜찮으니 남남으로 지내자”고 말했다.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교육감의 가족은 족쇄보다도 더 엄격한 잣대가 됐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기대감도 있고, '그까짓것, 말 한마디 부탁 못들어주겠냐'는 기대심리도 있었겠지만 결국 원칙이 무너지면 둑 전체가 무너져버리기때문에 냉정하리만큼 철저하게 일체의 청탁을 거절하고, 저 자신을 관리했죠. 그래서 잃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때당시는 많이 섭섭했겠지만 지금은 이해해줄 것이라고 봅니다. ”
이같은 원칙은 홍 총장이 8년 동안 안정적으로 대전 교육을 책임질 수 있었던 원동력었다.
홍 총장은 “1만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면 전문가가 되고, 4000시간을 매진하면 누굴 가르칠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요즘은 지난 50년간 정말 선생으로서 소임을 다했나, 나는 어떤 선생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며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좋은 스승은 설명을 하고, 뛰어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영혼을 감동시킨다'는 킨더 슈런트의 말을 되묻는다”고 말했다.
“영원한 선생으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홍 총장은 대덕대 총장 초빙 제안을 받았을 때 수차례 고사를 하다가 결국 '후세 교육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총장직을 받아들였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뚜렷한 삶의 비전을 갖게 하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야 말로 삶의 가장 큰 보람이자 가치”라고 말하는 홍 총장.
한때는 대전 교육을 아우르는 교육감으로, 그리고 지금은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대학 총장으로 교육자의 한 길을 걸어온 홍 총장에게서 진정한 스승의 참 뜻을 깨닫게 된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오희룡 기자
▲홍성표 총장은=1942년 1월 14일생. 1961년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72년 2월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을 졸업했다.
1974년 8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1991년 2월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4년 6월 충남대 명예 자치행정학박사, 2005년 1월 몽골공화국 종합교육대 명예 교육학박사를 받았다.
1976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충남대 교수로 재직했고, 1997년 1월부터 2005년까지 대전시 3대, 4대 교육감을 역임했다.
한국체육교육학회장, 충남대 명예교수, 전국체육대회 개선 특별위원장, 대전대 석좌교수, 교육인적자원부 개방형 자율학교 추진위원장,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대한체육회 조직·재정 선진화위원회 부위원장, 목원대 석좌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대덕대 총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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