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보육을 위해 무상 급식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서 누리과정 예산부담을 둘러싼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감들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공통교육과정) 예산 대책에 대해 “특별히 정부 공약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급식 (예산) 5000억원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의 이번 발언은 지난 15일 교육부·기획재정부 장관 합동 브리핑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은 여타 재량지출 사업의 급속한 확대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재량지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것에서 더 나아가 '시·도교육청 초·중등 무상급식 폐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장관이 요구한 무상급식 예산 5000억원은 올해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는 초·중·고 무상급식 예산 1조5666억원의 31.9%로 전체 무상급식 예산 가운데 20%만 부담하는 대전시 교육청으로서는 올해 무상급식 예산 전부를 누리과정으로 충당해도 부족한 금액이다.
대전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1~6학년까지의 무상 급식에 80억원의 재원을 부담한 것을 포함해 초중고 저소득층 자녀까지 11만2000명의 무상급식 재원 508억원 가운데 195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반면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재원 부담액은 올해는 424억원, 내년에는 59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감들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28일 제주에서 '전국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갖고 누리과정 등 교육복지 예산은 중앙정부가 해결할 것을 재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교육감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해결할 것을 강력히 재촉구하고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결의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만 2000억원의 예산이 부족하고 인건비 등 법적 의무적 경비에만 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모든 현안 사업을 2016년 이후로 편성해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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