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홍동중]선생님은 이웃… 온 동네가 배움터

[홍성 홍동중]선생님은 이웃… 온 동네가 배움터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도입… 정자 짓기·환경생태 수업 등 체험 학습

  • 승인 2014-10-28 14:13
  • 신문게재 2014-10-29 8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중도일보-충남교육청 공동캠페인 '교육희망 만드는 학교혁신'- 홍성 홍동중학교

▲ 사진 위부터 꽃 이름 불러주기, 로컬푸드 살펴보기, 갓골 빵가게 제빵 실습.
▲ 사진 위부터 꽃 이름 불러주기, 로컬푸드 살펴보기, 갓골 빵가게 제빵 실습.
16년 중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자유학기제 전면실시를 앞두고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지역내 관계기관과 업무협조를 이끌어 내면서 마을 참여를 강조했다. 교육공동체로서 마을의 협조는 그만큼 공교육 살리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부분이란 얘기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하나의 집단이면 학교와 마을 역시 하나의 공동체다.

이런 맥락에서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을 속으로 들어간 학교, 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학교인 홍동중학교의 사례에서 학교혁신의 길을 물었다.

홍동중이 위치한 홍성군 홍동면은 어린이집부터 초·중·고 (대안)대학까지 각급 교육기관이 망라된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생태친화적 인프라가 발달해 있는 곳이다. 홍동중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교육과정에 잘 녹여내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푸른 꿈 교육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함께 고민하는 학교 교육=2004년 어느 날. 교육혁신위원회가 주관한 농어촌 교육살리기 연수에 홍동지역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했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경기도의 남한산초와 아산의 거산초 등을 찾아 혁신학교를 접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홍동아이사랑'이란 학부모모임을 결성하고, 교사들은 '홍동지역 범교과교육과정 연구회'를 만드는 등 지역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은 결국 2007년부터 전국적인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하게 됐고, 지금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더하는 혁신 선진학교 견학코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온 동네가 배움터=마을은 아이들이 나고 자란 곳이다. 또 아이의 부모가 일하는 곳이다. 아이들은 마을을 둘러보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다는 것을 배운다. 한발 더 나아가 내 부모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밝맑도서관', 생태관련 책을 만드는 '그물코 출판사', 지역밀착형 중간지원조직인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친환경 오리쌀 농법을 처음 시행한 '문당환경농업마을', '로컬푸드 마켓' 등.

아이들은 마을 곳곳을 방문해 설명과 함께 직접 체험도 하며 마을을 배운다. 이런 경험은 부모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마을 곳곳을 누비며 마을 어른들과 얼굴이 익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좀 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공동체 마을에서 덤이다.

▲환경생태 교육=홍동중 교육과정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역화 교육과정으로 편성돼 운영된다. 2학년생들은 일주일에 2시간씩 환경생태수업을 한다. 마을 벚꽃 길을 걷는가 하면 학교생태학습장에서 직접 키운 상추를 점심때에 전교생과 함께 나눠 먹는다. 모내기철이 되면 마을 선생님의 논에 전교생이 나가 손모내기를 하며 농업에 대한 이해를 키운다. 또 지역 교육단체인 논배미 선생님들과 논주변을 탐사하며 논식물과 논생물을 배우고, 논두렁에서 채취한 풀과 꽃, 흙으로 자연놀이를 한다. 학교에 조성된 야생화꽃밭에서는 꽃 이름을 알고 불러주며, 꽃구조를 관찰한다.

가을에는 배추를 심고 키워 김치담그기 체험을 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땀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배우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 본다.

▲뚝딱뚝딱 정자짓기=홍동중 교정은 지금 1학년 자유학기제 프로젝트 수업으로 정자짓기가 한창이다. 아이들이 삽으로 터를 고르고 마을에서는 기초시멘트를 기증해 주었다. 그리고 홍동중 학부모중 통나무 집을 짓는 마을주민은 목골조를 올리고 지붕 만들기를 거들고 있다. 마을 목공소 장인과 함께하는 아이들은 마루를 만든다. 아이들은 팀을 이뤄 나무를 옮기고, 톱질을 하고, 못을 막으며 삶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아울러 소통의 중요함을 몸으로 체득하며, 교실안에 가만히 앉아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 문화 행사=홍동마을에서는 매년 11월 '홍동거리축제' 가 열린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그동안 지역의 초·중·고 학생들의 작품발표가 위주였다. 그러나 최근엔 마을의 크고 작은 단체들이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구경오는 즐거운 축제로 탈바꿈했다. 초·중·고연합 방과후학교로 시작된 지역교육사업은 어느새 '햇살배움터네트워크'로 체계를 갖춰 학교의 좋은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햇살배움터네트워크'는 마을교사 양성프로그램과 생태교육과정 연구모임, 청소년상담소 '햇살상담소', 청소년쉼터 'ㅋㅋ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가정돌봄이 취약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멘토링제 등을 운영중이다.

홍동중은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와 마을선생님 등 수많은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삶을 배우는 학교와 마을을 만든다. 이 속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민 등 모두 배우고 성장한다. 홍동중학교는 배움을 학교안에서 마을로 외연을 확장, 교육공동체가 그 속을 탄탄히 채워가고 있다. 관심과 사랑으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혁신을 본다. 입시와 경쟁 중심이 아닌 사람과 삶이 중심이 되는 학교교육과정. 학교혁신의 물음에 답한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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