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배재대 입학사정관 |
지난날 우리 생활 속에는 가족단위의 행사가 많지 않았으나, 이제는 가정경제도 윤택해졌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공동체의 활동도 많이 생겼다. 식구들이 손잡고 전시회와 음악회장을 찾거나, 영화와 연극을 관람하기도 하며, 여행을 다니거나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이런 행사에는 식구가 모두 참여해야 더욱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대한어머니회 대전광역시연합회에서 주최한 '우리가족 요리 페스티벌' 시상식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시상식장에 들어가면서 아빠ㆍ엄마, 자녀딸이 함께 식장에 앉았다가 수상자 가족이 호명되면 시상대 앞으로 뛰어 나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상을 받는 가족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소감을 물으면 한마디씩 건넬 때마다 식장이 웃음바다로 변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식장을 메운 것은 어머니들이었고 가족은 보이질 않았다.
'우리가족 요리 페스티벌'이 아니라 어머니 요리대회여서 크게 실망했다. 내년부터는 아들딸이 재료를 다듬고, 아빠엄마가 볶고 지지면서 온가족의 솜씨와 웃음이 담뿍 담긴 요리 경연대회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이 땀을 흘리면서 만든 음식을 삥 둘러앉아서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음식을 만드는 동안 끈끈한 정이 솟아나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함께 먹을 때에 식구들이 하나가 되어 신뢰가 깊어갈 것이다. 이런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우리사회의 지도자가 될 때에 우리나라도 서구 유럽국가처럼 삶의 만족도가 높은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대한어머니회에서 주최하는 요리 경연대회가 가족단위로 참가해서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며, 화기애애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홍보와 아울러 지역사회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어머니헌장' 3항에 '어머니는 아들딸에게 가정과 사회에서 사람구실을 할 수 있도록 보람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필자는 어머니에게서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나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반쪽짜리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방에 들어가 엄마와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을 돕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리를 만드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오늘은 우리 딸이 만드는 비빔국수를 먹어보자”고 하면 딸은 국수를 삶고, 아빠는 준비한 양념을 넣고 비벼서 고명을 얹은 비빔국수를 식탁에 내놓는단다. 또 아빠가 “우리 아들이 부치는 김치전을 먹어보자”고 말하면 아들이 엄마와 밀가루 반죽에 묵은 지를 썰어넣고 프라이팬을 달궈 부침개를 부쳐 올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가 않단다. 이렇게 집에서 아빠엄마가 자녀들과 같이 요리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일만은 아닌가 보다.
콜맨보고서(Coleman Report)에 의하면 학습자들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교가 아닌 가족배경 즉 가족의 환경이라고 한다. 부모와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적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온가족이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을 만들어서 거리낌 없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먹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에서 시작한 '우리가족 요리 페스티벌'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딸과 아빠, 아들과 엄마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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