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문 차 찾은 충남의 한 농협장례식장. 현재 업계 최고라는 ㅇㅇ상조가 한 가족의 상례절차를 책임지고 있었다.
경황없는 상주와 일가족은 상조보험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특히 형제나 친척이 없는 가족에게 상조회사는 3일간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한 부담을 덜게끔 했다.
상조회사 직원들은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친절히 다가가 음식을 제공했다. 난 자리를 치우는 빠릿함은 마치 대형 식당의 서비스처럼 기계적이면서도 깔끔했다.
하지만 상조보험 가입에는 이중성이 따랐다. 복장이나 용품에 상조회사 색이 지나쳤고, 비용이 비쌌다. 직원들의 옷이나 수저통 등은 회사명이나 로고가 붉은색 등으로 강조됐다.
명함 형식의 큰 스티커까지 여기저기 붙었고 안내책자 등 홍보물이 가득했다. 140여회에 걸친 400여만원에서 500여만원에 달하는 상조보험 납입료도 서비스에 비해 비싸다는 평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영업행위다. 친절하던 상조회사 일부 직원들은 슬그머니 조문객들 옆에 앉더니 상조보험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외면하거나 알았다는 대답으로 넘겨도 계속됐다.
심지어 이미 가입했다는데도 어떤 서비스에 가입했는지 확인절차까지 들어갔다. 슬픔을 나누러 왔다가 기분이 나빠져 돌아가는 조문객들이 적지 않았다.
슬픔에 젖어있던 상주는 황당함을 넘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조문객들에게는 고맙다는 말 대신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남은 절차를 생각한 상주는 속병만 앓았다는 하소연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상조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도 및 폐업한 상조회사는 92개사.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1만6710건, 보상액은 82억500만원에 달했다. 이익을 챙긴 뒤 폐업한 사례가 많았다. 영혼 없는 상조회사 서비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장례식장내 영업행위 근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나친 홍보물보다 조그만 회사명 하나면 상주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상조회사 관계자는 “상조서비스가 좋은 것이 있어서 조문객들에게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며 “꼭 필요한 것이기에 관심 있을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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