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대로 석면은 극소량을 흡입해도 석면폐증, 폐암이나 후두암 등을 유발한다. 석면 위해성 3등급은 낮지만 원인 제거 및 밀봉과 밀폐가 필요하다. 4등급은 양호하지만 잠재적 손상이 우려된다는 판정으로 봐야 한다. 파손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면 괜찮다는 대처법만 갖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법정기준치(1%) 초과 여부를 떠나 석면은 세계보건기구에서 분류한 1급 발암물질임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판정 등급과 관계 없이 분명한 사실이 있다. 교실 천장 등 건축물 마감재로 석면이 함유된 텍스를 광범위하게 써서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위협한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규정대로 석면 경고문을 부착한 곳도 볼 수 없었다 한다. 만약 석면철거 공사를 했다면 석면지도와 석면조사표를 작성해 관리해야 할 것이다.
위해성 평가에서 1~2등급을 안 받아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할 게 아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위해성 등급 중간과 낮음에 해당하는 3~4등급이라고 경시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라도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하고, 그러자면 예산이 있어야 한다. 충남도내 관련 학교시설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데만 최소 2700억원이 소요돼 방법은 정부 지원뿐이라니 답답하다. 현행대로는 자체 예산을 들여 석면 교체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형편이 아닌 듯하다.
문제는 다시 예산이다. 석면 마감재의 전면 교체에 드는 막대한 예산 때문에 위험성을 알고도 손을 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석면이 든 텍스를 교체하려면 중장기 예산 반영을 해야 하지만 목전의 예산 계획도 변변히 세우지 못하는 처지다. 리모델링 때 병행 추진한다는 좀 막연한 계획만으로는 어느 세월에 교체될지 모르는 상태다. 확실한 대책이 없다면 석면 노출이 안 되기를 바라며 팔짱을 낀 셈이나 다름이 없다.
예산 확보 대책을 못 내놓은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교육재정 고갈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부분적인 재정 분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교 건물에서 검출된 석면의 위협을 생각하면 등급 기준과 무관하게 관리하고 신ㆍ증축 과정에서는 석면을 아예 못 쓰도록 해야 한다. 석면 마감재를 쓴 학교는 안전한 자재로 교체하기 바란다. 급하긴 한데 돈이 없다며 꾸물거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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