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오 대전시 무형문화재 연합회 이사장(제11호 단청장) |
우리나라에서는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과 예능에 대해 문화재 보호법에 의거,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ㆍ보호하고 있다. 이같은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자체로 대상이 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자. 무형문화재의 종류로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지자체인 시ㆍ도 지정 문화재가 있다.
대전지역에서는 총 22개 분야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인정돼 현재 전승과 전수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예능분야는 8개 종목 9명으로 웃다리농악, 들말두레소리, 판소리고법, 살풀이춤, 판소리춘향전 등이 전수되고 있다. 기능 분야는 예능보다 종목 하나가 더 많다. 9개 종목 9명이 무형문화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앉은굿설경, 불상조각장, 소목장, 단청장, 악기장북, 초고장, 악기장가야금 등이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나오는 매사냥도 대전의 무형문화재 중 하나로 놀이문화 종목에 포함돼 있다.
개인 혼자가 아닌 단체로 전수하고 있는 종목도 있다. 유천동 산신제, 장동탑제, 무수동 산신제 등이 단체분야 무형문화재다. 또 전통 현악기 중심으로 영산회상 및 도드리 등의 연주를 하는 향제줄풍류와 불상에 금을 입히는 단청장(개금장) 2개 종목이 지정 예고돼 현재 심의과정에 있다. 이들까지 심의를 통과한다면 대전에는 총 24개 종목의 무형문화재가 활동하는 것이다. 대전과 비슷한 규모인 대구와 광주가 각각 17개, 21개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대전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은 전국의 무형문화재들에게 유명하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준공된 대전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은 500평 규모로 예능분야 무형문화재들이 전수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봄에 준공된 대전전통나래관은 1000평의 넓은 규모로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들이 전수활동을 선보이며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수회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외형적으로는 화려하면서도 깔끔하게 장식돼 있지만 내부 운영은 아쉽기만 하다. 현재 전수회관은 대전문화재단에서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데 예산 등 관리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다. 관리자들과 무형문화재들과의 소통은 잘되고 있지 않다. 두 곳의 전수회관을 가보아도 다른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의 만남은 거의 없으며 공식 행사 때만 몇 번 만날 수 있다. 무형문화재들이 가진 특별한 자산을 대전 시민들이 배우고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해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 무형문화재전수회관과 나래관에는 관장이 없다. 즉 주인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관장이 없어서 일어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직원들과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다리역할을 하고 기관을 대표하는 '리더'가 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어렵게 조성한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조상들의 얼을 전승ㆍ보급하고 대전시민과 함께 향유하여 찬란한 5000년 조상들의 체취를 느끼고 함께하는데 전수회관이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대전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재가 있으면 시가 앞장서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유자 지정을 받으면 본인들의 위상과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무분별적으로 준비하는 보유자들도 있다. 노래만 잘한다고 소리의 문화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하나 특이하게 잘만든다고 하여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역사성과 전통은 물론 뿌리가 있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추후 100년 후에는 이 시대에 중요했던 일들이 지정돼 후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일들의 최전선에 무형문화재가 있고 우리들이 책임지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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