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소기업 지원자금은 한국은행 지역본부별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을 위해 공정히 운영돼야 하는 정책자금이지만, 특정 은행에 추천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타 은행들의 박탈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 대전ㆍ충남 지역본부 및 지역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지역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위해 중기중앙회가 5개 시중은행에 704억 여원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추천했다.
하지만, 이 중 61%에 해당하는 430억원이 하나은행에 편중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자금은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와 하나은행이 중소기업사랑 지역 공동체 실현을 위한 상호협력과 금융서비스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 '중소기업사랑 행복나눔 업무 협약' 후 집중돼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셈이다.
지난 1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하나은행의 중소기업지원자금 추천금액을 살펴보면, 1월 4억5000만원(1개 업체), 3월 14억원(3개), 4월 1억2000만원(1개), 5월 2억5000만원(1개), 6월 5억3000만원(2개)으로, 상반기까지 27억5000만원(8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65억8000만원(16개), 기업은행 95억5000원(21개)으로 하나은행보다 2~4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협약 후 하나은행은 이들 은행보다 월등히 많은 자금을 추천받았다.
7월 하나은행의 추천금액은 54억1400만원(12개)으로 한 달 새 상반기 실적을 2배가량 뛰어넘었다. 이후 8월 95억4900만원(27개), 9월 147억2000만원(41개), 10월 106억6500만원(30개)을 추천받으며, 4개월 동안 403억4800만원(110개)으로 무려 20배 가량 늘었다.
이와 달리 상반기 하나은행보다 월등히 높았던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36억5500만원(12개), 국민은행 44억1500만원(9개) 추천을 받으면서 협약 후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의 급격한 증가는 지난 6월 하나은행과 중소기업중앙회간의 협약서 때문이다.
협약서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은 중앙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 각종 금융관련 상담 및 자문서비스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또 은행은 중앙회와 중소기업사랑 행복나눔적금과 행복나눔통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중소기업발전을 위해 상호협력하며, 더불어 중앙회는 '지역 내 조합 회원사'가 '하나은행에 주거래'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양 기관은 협약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아는 정보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협약 내용이 금융권에 알려지면서 일부 금융권이 고객들의 선택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형평성을 제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반기 자금추천과 비교해 보면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이는 중앙회가 지역 기업들에 하나은행을 추천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이는 추천 기관의 입김에 고객들의 선택폭이 줄어들 뿐 아니라 타 은행에 영향이 있는 만큼 협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대전ㆍ충남지역본부 유지흥 팀장은“지역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면 중앙회는 타 은행들과도 협약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면서“이번 협약은 하나은행만을 한정해 진행할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하나은행 이병선 차장은 “지난해 충청권 지역은행 역할 확대와 강화를 위해 지역 경제주체인 기관과 손을 맞았다”며 “이번 협약 또한 이런 취지와 일맥상통하다. 이에 따라 각 지점별로 중소기업들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기관별 경쟁으로 타 은행과 나눠주는 것은 이에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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