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인옥 대전소비자연맹 편집위원(행복한가족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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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와 같은 대인기피증 증상은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사례이나 지금은 주변에서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거나 김지혜씨 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면업무 직종 종사자들 중에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 우울증, 대인기피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통은 본인을 괴롭힐 뿐 아니라 이들의 스트레스가 무의식적으로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사람들에게 거친 언행으로 표출되어 인간관계가 불편해지는가 하면 김 씨처럼 직장을 그만 두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백화점 화장품 판매직의 경우 이직률은 약 30%에 달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측에 건의할 경우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소속 고객 대면 노동자 22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13년)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중 20%는 '무조건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3%는 '인사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스트레스 받고 회사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 중 심리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보이는 상태가 약 40%, 지난 1년간 자살충동을 겪었다고 한 응답자가 30%인데 이는 국민 일반 수준(16.4%)보다 두배에 가까운 높은 수치다. 직무스트레스 수준도 매우 높아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의 상위 25%에 달하는 스트레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업무나 고객으로 인한 탈진 수준도 해외 유사집단과 비교할 때 두배 포인트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20~4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같은 사회현상의 주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주로 기업들이 '고객친절경영', '고객만족경영' 등 수익증대를 목적으로 노동자들의 감정을 상품화하여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는 데 기인하며, 그 외에 목표(실적)달성에 대한 압박과 휴식 및 휴게공간 부족,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부차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이를 대처하기 위해 늦게나마 고민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정코칭을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모두 감정노동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는데, 감정이 무엇이고 '감정노동'이 무언지에 대한 파악없이 이루어지는 대책들은 효과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이란 “직업상 고객을 대하면서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늘상 직업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말한다. 1983년 미국UC 버클리대 사회학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Hochschild, 1983)의 책 관리된 심장 (The Managed Heart)에서 델타항공사 승무원 사례를 통해 감정노동을 최초로 소개하였다. 지금은 첨단과학에 힘입어 뇌과학적으로 감정의 경로와 감정적 치유 방법까지 밝혀져 있다. 놀라운 일은 감정은 포유류 이상의 동물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고유한 것이며 감정의 기억회로를 새롭게 만들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물학적으로 고유한 감정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억지춘향을 하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긍정적 감정을 만들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긍정적 감정이 우러나면 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감정의 메커니즘은 '부정적 감정은 이해받으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부정적 감정은 해소하고 긍정적 감정을 우러나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일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감정조절을 하는 훈련이 된다면 고객의 감정 또한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노동자와 고객이 모두 행복해지고 기업의 매출 또한 올라가지 않겠는가? 감정노동의 핵심 원인을 해결하는 감정코칭을 통해 일석삼조인 행복한 사회를 꿈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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