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기본이고, 민간자본 유치와 단순한 시설배치 중심의 사업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대전시의 추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우선순위를 정해 가능한 사업을 먼저 하겠다는 게 내놓은 대안인데, 현실성과 적합성 등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대전시는 22일 대전발전연구원에서 보문산의 효율적인 관광개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4월 확정했던 보문산권 종합관광개발 사업 세부계획에 따르면, 보문산권역을 오는 2020년까지 대사지구, 행평지구, 호동지구, 문화ㆍ뿌리지구 등 4개 지구로 나눠 개발한다. 모두 12개 사업에 국비 187억원, 시비 313억원, 민간자본 780억원 등 모두 1280억원이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번 토론회는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의 공약을 검토했던 시민경청위원회가 보문산권 종합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린 후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된 첫 자리다.
하지만, 제기된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심각하게 언급된 건 민간자본 유치 논란이다. 관광산업계에서는 변화하는 관광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채 미래지향적이 아닌 과거형 사업이 주를 이루는 등 민간자본이 볼 때 투자가치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학계의 장인식 우송정보대 교수도 “(내가) 투자자라면 과연 투자할 것인가. 대답은 글쎄다. 민자 설득은 어려울 것이라며 계획대로 되면 좋지만,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관광산업계 측의 언급에 동조했다.
반면, 시민단체 측에서는 환경문제에 이어 민자 유치 반대라는 또 다른 주장을 내세웠다.
조급한 사업 추진 때문에 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민자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지역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에서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보문산은 도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인데, 민자가 들어오면 시민은 돈을 내고 들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시민의 공간이 민자에 빼앗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개별시설 설치 중심의 사업 추진도 지적됐다.
이시영 배재대 교수는 “사실 개별시설에 대한 적합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며 “개발사업의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진 휴플래닝 연구위원은 “대전시가 보문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사업 방향이 제대로 설 수 있을 것 같다”며 대전시의 의지 문제를 언급했다.
한선희 시 과학문화산업본부장은 “1280억원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재정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민자를 유치하고 12개 사업 중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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