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양일간 대전시립무용단의 기획공연 '아총(兒塚)'이 그 주인공. 대전 동구에 구전되는 '애장(아기장터)' 설화를 소재로 창작한 이번 공연은 못다 피고 죽은 어린 생명을 통해 생성과 소멸, 빛과 그림자, 슬픔과 회복 등의 이야기를 한바탕 춤으로 풀어낸다.
빛은 그림자를 대동하고, 태어나는 이는 반드시 죽음을 품고 있다. 이는 우주를 통틀어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섭리다. 이러한 섭리 아래서 빚어지는 삶과 죽음의 역동, 역동이야말로 생명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움직임이다. 공연은 무수한 생명들 간에 벌어지는 음과 양의 섭리를 보여주는 춤으로 화려한 막을 연다. 거대한 군무로 시작한 무대는 생명의 탄생을 춤춘다. 작고 따스한 생명 속에 들어 있는 빛. 그러나 빛의 밝기만큼 큰 그림자를 달고 태어나는 생명. 그리고 어린 생명의 죽음. 이 모든 것이 춤으로 표현된다.
어린 자식을 묻으러 아총으로 향하는 아비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비가 죽음의 크기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자식을 가슴에 묻은 날 이후, 어미의 가슴에는 거대한 바다가 생겼다. 어미는 아련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모른 채 자식의 흔적을 찾아 헤매기만 한다. 결국 어미는 파도소리가 가슴 속에서 들려오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순간 봇물 터지듯 거대한 슬픔이 어미의 몸 밖으로 비어져 나와 그를 수심(水深) 깊은 수심(愁心)으로 끌고 들어간다.
미처 생명을 다 꽃피우지 못하고 진 생명들의 그림자는 짙고 무겁다. 결국 그 생명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살아있는 목숨들이다. 생명의 무게와 슬픔의 바다를 건너 씻김으로 승화되는 운명. '씻김'은 헤어 나오기 힘든 슬픔에 빠진 이들이 다시금 역동을 회복할 수 있도록 슬픔 자신이 놓아주는 희망의 다리다. 또 그들을 다시 일으키고자 건네는 회복의 손길이다.
일상 속에 파묻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죽음이라는 거대한 슬픔을 정화한 삶의 찬란함을 선사한다.
공연은 31일(금) 오후 7시 30분, 다음달 1일(토)은 오후 5시에 펼쳐진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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