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필자에게는 알리바바의 성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2000년 초에 우리나라의 E사에 합작투자를 사정하고 다니던 일화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사는 당시 기업 홈페이지 제작 및 e-카다로그 DB 구축을 통한 B2B e-marketplace 사업부문에서 국내 선두기업으로 알라바바는 E사와의 기술제휴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E사는 중국의 알리바바 대신 IT기술이 앞선 미국의 한 벤처회사와 상호 출자를 결정했다. 그 후 E사가 투자한 미국의 벤처회사는 부도로 없어진 반면, 중국의 알리바바는 E기업이 근접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버렸다.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당시의 선택은 참으로 미래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정이었던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탁원한 안목과 도전정신을 갖춘 마윈의 알리바바는 E사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발판삼아 단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만약 당시 E사가 알리바바에 투자했다면 지금쯤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E사와 알리바바 간의 협업모델은 한중 전자상거래 협업모델의 좋은 본보기가 돼 한중경제협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일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했다.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전에 개설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인재와 창업ㆍ벤처기업, 대학ㆍ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지역이 명실상부한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대전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진정한 창조경제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과학 도시로 유명한 대전 지역의 경우 연구개발 역량이나 교육환경, 인재 등의 잠재력은 크지만 창업 활동이나 도전과 혁신으로 대표되는 벤처문화와 연구 성과의 사업화 및 기술거래 등을 위한 창조경제 생태계가 조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연구개발 성과보다는 개인의 창조적 의지를 북돋아 주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창조적 생태환경의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윈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중국 항주에서 최악의 대학으로 알려진 항주교육대학 입시에 두 번이나 떨어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를 보면 마윈은 그다지 머리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한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12살 때부터 8년 동안 오직 영어를 배우기 위해 40분씩 자전거를 타고 호텔을 찾아가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료 관광가이드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는 세 번의 도전 끝에 항주교육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회장에 출마해서 당선이 되고 그 여세를 몰아 항주시학생연합 회장도 역임했다. 이 모두가 그의 모험심과 창의성을 나타내주는 사례들이고 당시 중국정부는 이러한 마윈 등이 성장할 수 있도록 베이징 중관춘에 도전적인 IT 기업의 보금자리와 지원정책을 제공했다. 이러한 창조적 생태환경속에서 마윈의 알리바바라 성공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알리바바가 창립된 1999년은 한국에서 네이버가 출범된 해이기도 하다. 15년 뒤 오늘날 알리바바는 네이버의 기업가치보다 일곱 배이상 커졌고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약174조원) 마저 넘어섰다. 출발은 같았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낸 비결은 다름 아닌 모험과 도전정신이었다. ICT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대전이 앞으로 창조경제 생태계를 잘 구축해 알리바바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을 육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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