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중. 사례로 본 충청 안전도
하. 반복되는 사고 끊을 대안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은지 6개월만에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사회에 만연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안전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이지만 반복되는 사고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등이 추진한 '안전 정책'이 무용지물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본보는 안전한 도시를 위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각 지자체마다 환풍구에 대한 실태 및 안전점검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대전시청 시설 담당 직원들이 환풍구 안전을 위한 보강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청 관계자는 “그 전부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강작업을 진행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재난 등 사고의 종류가 다양하고 세분화돼 관리가 되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곳에 안전 관리 수준의 편차가 커지지만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따라 도시안전에 관한 중장기적인 목표와 시책을 담은 기본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도시 안전이 시민의 삶과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도시 안전조례를 통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충남과 충북은 아직까지 조례 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도시안전조례를 제정한 대전시도 5년마다 한번씩 안전정책의 방향을 정할 기본계획은 두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3월 대전 노은역에서 채광창이 깨져 초등학생이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유사 안전사고의 예방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조례를 마련한 서울시의 경우 도시안전조례를 통해 도시 안전분야에 대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올해 완성했다. 이 계획에는 서울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추세를 분석하고 안전관리가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는 시책을 제시하고 있다.
판교 참사로 환풍구의 안전성 확보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충남의 경우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도내에서도 환풍구와 비슷한 형태의 시설물에서의 안전사고가 우려되지만 현재까지 현황이나 차단시설 설치, 접근제한조치 등 관련 대책은 전혀 없다.
충남도 관계자는 “환풍구 등의 관리법은 별도로 없고 건축허가를 받을 때 필요한 경우 권고사항 정도”라며 “현재로서는 환풍구 현황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대전시 역시 지하철 환풍구 160곳을 파악했을 뿐 지하상가나 일반 건물의 대규모 환풍시설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31층 이상 빌딩이 하나도 없던 대전, 충남ㆍ충북에 현재 대전 30곳을 포함해 71개가 들어섰지만 환풍시설에 대한 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태 목원대 방재정보지역혁신센터 교수는 “건물을 짓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때 관련법 등의 기준 내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우리사회 문화가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고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 나갈 때”라고 말했다.
임병안ㆍ홍성=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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