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락 대전경찰청장 |
이런저런 답변을 하기는 했지만, 내심 하고 싶은 말은 일선 형사들부터 3000명의 대전경찰 전체가 밤낮없이 열심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범인을 잡는 일은 결국 발품이라는 형사들 사이에서 정립된 오랜 불문율이 말해주듯 현장은 여전히 기약 없는 범인과의 기나긴 잠복 싸움과 밤샘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마침 오늘은 지난 1945년 경찰이 창설된 후 꼭 예순아홉번째를 맞는 날이다. 돌이켜 보면 안팎으로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처우와 인식도 개선되었고, 여전히 진행형이긴 하지만 경찰 스스로도 끊임없는 자정노력을 통해 많은 질적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력증원을 비롯해 CCTV 확충, 디지털 복원기술, 첨단감식장비 도입 등 과학수사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치안인프라도 구축돼 양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치안정책의 패러다임 역시 시대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과거 단순 범죄척결자(Crime fighter)라는 형사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사(problem solver)라는 행정법적 사고로 바뀌어 왔다. 돌이켜 보면, 많은 질책도 있었지만 경찰은 언제나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끊임없이 국민의 요구(wants)와 필요(needs)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켜 온 것이다.
최근 세월호 사고 등 안전사고가 증가하자 국민의 안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불법과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동안의 성폭력ㆍ학교폭력 등 이른바 4대 사회악 척결뿐만 아니라 각종 부정부패와 동네조폭 근절을 비롯해 공원ㆍ하천과 같은 근린지역 안전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에 있다.
또, 국민의 비상벨로 알려진 112신고에 대해서도 관할과 기능을 불문하고 모두가 총력 대응하는 전방위 시스템으로 개편됐고, 경찰의 가장 뼈아픈 과오로 남은 유병언 변사사건의 수사실패 재발방지를 위해 변사사건에 대한 수사 대응시스템도 한층 강화했다.
전국적으로도 많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전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성폭력사범 검거는 23%가 늘었고, 가정폭력 재범률은 5분의 1, 학교폭력 피해경험률은 전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대범죄 검거율 역시 21%p가 늘어난 70.5%를 기록하고 있고, 동네조폭은 단속 한 달 반 만에 20명 검거해 이중 7명을 구속한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경찰의 다양한 활동과 노력에 대해 많은 시민께서 큰 호응과 격려를 보내주고 계시지만 여전히 아쉽고, 더 변화시켜야 할 과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부분 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내부 적폐가 그중 하나이고, 외부적으로는 사회 저변에 자리 잡은 고질적인 무질서도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경찰의 도덕적 해이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가장 큰 병폐중의 하나로 끊임없는 인적쇄신과 지속적인 교육만이 해답이라는 생각이고, 또 그렇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
사회 저변에 확산된 무질서는 안전 확보의 선결조건으로 인식하고 집중적인 단속과 계도를 병행하면서 일정부분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은 지난 69년 동안 언제 어느 때나 국민의 안전과 사회 안정의 중심에 서서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려왔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경찰의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려운 과제인 것도 분명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안전망 구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가장 안전한 도시 대전,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경찰과 시민, 지역 유관기관ㆍ단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보다 견고한 치안 3.0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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