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학교개혁을 이루기 위한 차터스쿨(Charter school)과 PISA와 TIMSS와 같은 국가 간 학력평가시험 결과에 자극을 받아서 주정부의 법으로 채택돼 시행되고 있는 NCLB(No Child Left Behind)가 가장 대표적인 미국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다이앤 래비치(Diane Ravitch)는 선택, 시장, 책무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노선을 따르는 교육정책이 학교현장을 양극화시키고 건전한 학교현장과 교육의 본질을 파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교육현장을 잘못 이해하고 시행되는 톱-다운식 교육정책들이 학교교육에 오히려 치명적인 해(害)를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상명하달(Top-down)식 교육정책의 실패 사례로 1990년대 열린교육을 들 수 있다. 열린교육은 몇몇 학교와 교사들이 시작하여 새로운 교수방법의 하나로 확산됐다. 그리고 이에 매력을 느낀 교육부가 열린교육 확대를 주도했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열린교육 정책의 결정체인 '교실 벽이 없는 학교'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교실 간 소음으로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또 다른 예산을 들여 다시 교실 벽을 만들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2014년 현재 학교현장에서 열린교육의 흔적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경기, 서울을 시작으로 혁신학교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는 열린교육의 실패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감의 선거공약으로 혁신학교라는 단어가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혁신학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상명하달방식으로 인해서 그동안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와 혼란을 경험했는가!
변화가 금방 나타나지 않고 효과가 크지 않아도 교육개혁은 아래로부터(Bottom-up) 시작되고 지속돼 완성돼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바뀌고 교육정책이 수없이 변해도 학생들 옆을 지키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교사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고루한 표현이 된지 오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행·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교육의 변화를 원하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그들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 움직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는 것, 즉 아래로부터의 학교혁신이 교육 변화의 수준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운기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연구소 공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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