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교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통증척추센터 침구과 |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여 말이 살찌는 계절일 뿐만 아니라 사람도 살찌우는 계절로 식욕이 좋아짐에 따라 과식하기 쉬우므로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이 있는 경우에는 지나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이제까지 시행해 오던 운동, 식이, 약물요법 등을 계속해 성인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해 면역기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심한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흔히 중풍으로 오인하는 구안와사로 불리는 특발성 안면신경 마비(Bell's palsy)는 뇌신경 질환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주로 한 쪽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얼굴에 마비가 오는 증상 이외에도 안면부 이상 감각과 통증, 미각장애, 청각과민, 눈물 감소 또는 증가, 이명 등 특징적인 증상을 수반하기도 한다.
특발성 안면신경 마비의 발생 원인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 허혈성 혈관질환, 당뇨에 의한 혈관장애, 다발성 신경염, 자가면역질환, 그 외 한랭노출, 유전, 대상포진에 의한 안면신경 마비 등으로 말할 수 있는데 이 중 바이러스 감염 가설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의학에서 과로나 산후 또는 큰 병 이후에 기혈이 모두 약해지거나, 심한 기온차에 노출되었거나, 찬바람을 오랫 동안 맞은 경우, 감기,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기능 약화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의 임상 증상에 따른 진행 과정은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 '전구기'는 안면에 본격적인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이며 보통 2~3일 정도 지속되는데 증상은 귀 뒷부분이나 어깨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단계 '마비기(악화기)'에는 얼굴의 마비가 진행되는 기간으로 1주일 정도 지속되며 주로 입 주변에서 이마 방향 순서로 마비가 진행된다. 세 번째 단계 '정체기'는 마비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으로 2~7일 정도다.
네 번째 단계는 '회복기'로 얼굴의 마비가 풀리는 단계이며 대부분 이마에서부터 입 방향 순서로 회복된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의 예후는 일반적으로 발병일로부터 2~3주에 회복이 시작되어 2~3개월 안에 완전히 회복된다. 환자의 80% 정도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4~8주 이내에 회복되나 20% 정도에서는 늦게 회복되거나 예후가 좋지 않아서 처음 3~5일간 마비가 급속하고 완고하게 진행되는 경우나 효과적인 치료가 늦은 경우, 60세 이상 고령인 경우, 귀나 안면부에 통증이 있는 경우, 미각이나 청각 이상이 심한 경우,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등은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런 20%의 환자에게서 안구건조증, 안면부 찌그러짐 등의 후유증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발병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한방 치료는 마비의 진행 과정에 따라 급성기에는 증상의 진행을 최대한 막는 것을 목표로, 회복기에는 호전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하며 치료 방법은 침 치료, 한약 치료, 뜸 치료, 매선 성형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할 수 있다.
침 치료는 마비된 부위나 마비 양상, 마비의 진행 정도, 수반 증상, 마비의 원인에 따라 혈자리와 침법을 달리하여 치료하고, 한약 치료는 구안와사의 진행 과정 중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마비가 온 원인에 따라, 또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 그에 해당되는 약재를 사용해 치료한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혈관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필요하며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가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안면의 마비 증상 발생 시에는 즉시 전문가와 상의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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