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 |
이에 반하여 법실증주의는 그 원류가 소피스트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트라시마코스의 주장으로부터 현대에 있어서 켈젠이나 오스틴 등이 이를 대표하는데 특히 오스틴의 말은 바로 법실증주의의 제 모습을 보여준다.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다'라는 유명한 말과 함께 '법의 내용이 좋으냐 나쁘냐와 법이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이다'라는 표현이다. 이러한 구별의 본질은 바로 법의 실효성의 문제인데 사람들에게 법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법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법실증주의'사상이고 법이 정당하고 정의로울 때에 비로소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뿐이며 법이 부당할 때에는 인간은 이에 대한 저항권을 가진다는 것이 '자연법사상'인 것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보면 법이라는 것은 이 양극단에서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였다. 우리나라의 법이 서양에서 전래되어 온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자연법사상과 법실증주의도 서양법철학의 전유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법사상과 법실증주의가 동양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유가사상과 법가사상이다. 유가사상은 여기에서 말하는 자연법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임에 반하여 법가사상은 바로 법실증주의 사상과 동일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시절부터 배워 온 인간본성에 대한 이론, 바로 성선설과 성악설이 맹자와 순자에 의하여 주장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후 맹자에 대하여서는 많이 들었지만 순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기야 '순자'라는 이름이 좋아서인지 한때 우리나라의 여자들의 흔한 이름이 되긴 하였지만. 그러나 순자는 인간본성에 대한 맹자와의 논쟁 속에 있는 걸 보면 순자 역시 유가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맹자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사상의 길을 연 것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보면 순자는 공자나 맹자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다. 또한 그러한 관점에서 법가 역시 유가보다는 현대사상에 가까운 것이다.
우선 천지의 근원인 '하늘'을 보는 관점에서 순자는 유가사상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가사상의 경우 '하늘'을 덕의 근원, 옳음의 근원이며 세상만물이 생겨나고 소멸함은 '하늘의 올바른 뜻, 선한 뜻'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반하여 순자는 '하늘'을 오늘날의 자연현상에 대한 인식과 유사하게 '하늘' 자체가 옳고 그름이 없으며 다만 그 법칙이 있어 그 법칙에 따라 만물이 생성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가사상과 같이 하늘의 뜻을 항상 옳은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거나 하늘의 뜻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당연한 귀결로 중요한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행위라는 것이다. 오히려 '하늘의 뜻'을 헤아려 인간에게 유용한 것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순자사상의 골자이다.(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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