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변호사 |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등과 같은 각종 메신저나 SNS를 실시간 감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사이버 망명' 현상까지 일어나기도 하였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한 개인간의 대화내용 중에는 그들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데 검찰의 선제적 대응선언은 수사기관이 그 비밀의 문에 걸려진 빗장을 풀어헤치고 문을 활짝 열어 대화내용을 마음껏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국민들에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영역을 혼자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인간행복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업성이나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신의 비밀 보호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수단적인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진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사생활의 비밀이나 통신의 비밀은 헌법적 가치를 가진 중요한 기본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원의 재력가 송모씨에 대한 청부살해사건, 의정부 여고생 오피스텔 살인사건, 세월호 사건 등에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범죄혐의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SNS를 이용한 대화내용에 대한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국민들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의 대화내용에 대한 수사필요성에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은 수사기관이 과도하게 비밀의 문을 열어제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에 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올해 들어서 카카오톡을 대상으로 한 감청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건수가 지난해 보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다음카카오 측의 발표는 분명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사기관은 그동안 범죄수사를 하면서 SNS를 비롯한 통신에 대한 강제수사권을 남용하지는 않았는지 되 짚어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께 통신비밀보호법 중 감청영장의 연장과 관련된 조항에 대한 한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감청영장의 경우 감청의 대상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당할 우려가 심히 크고, 나아가 수사대상자가 아닌 제3자의 수사와 관련 없는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도 침해당할 우려도 심히 크다는 것을 상기한 바 있다.
통신과 관련된 압수수색영장이나 감청영장에 대한 발부권한을 가진 법원도 관행적으로 영장을 발부하느라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되돌이켜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을 하면서 통신제한조치(감청영장)의 허가청구의 기각률은 압수ㆍ수색영장청구의 기각률보다 현저하게 낮으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청구의 기각률은 통상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청구의 기각률의 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던 것을 법원은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도 이번 사태가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는지의 점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떠돌아다니는 허위사실들을 흥미삼아서 마구 퍼나르는 일은 없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비밀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격권이나 명예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비밀의 문을 함부로 열어서는 안되지만 그 비밀의 문을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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