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 |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굳이 거창하게 사회적 담론으로 논의를 확장하지 않더라도 교통의 발전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이렇게 사회현상에 긍정적인 부분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거의 모든 사회현상의 긍정적 부분 이면에는 부정적 부분이 존재하는 바, 교통 또한 안타깝게도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즉, 교통이 우리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함으로써 삶의 영역을 고도화하는데 기여하였지만, 교통이라는 것으로 인해 우리는 도로 위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되어 우리의 인생 시계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종료되는 주요 원인이 되곤 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의하면 2013년 한해 대한민국의 도로에서는 111만 928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무려 5092명이 사망하고 178만 259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를 세분화해 분석한다면 자동차 1만대당 93건의 교통사고(사망자 2.2명, 부상자 142명), 인구 10만명당 428.8건의 교통사고(사망자 10.1명, 부상자 654.5명), 도로 10km당 20.2건의 교통사고(사망자 0.5명, 부상자 30.9명)가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통사고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우리에게 친숙한 개와 고양이의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미국의 유타주에서는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개와 고양이는 함께 키울 수 없었을 정도로 개와 고양이가 같이 있으면 싸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데 이를 본 고양이는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양이가 기분이 좋으면 그르렁거리는데 이를 본 개는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개와 고양이는 서로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싸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통의 장애가 우리 도로에서도 발생한다면 교통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의 도로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사례를 들어보자. 좁은 이면도로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차량이 마주쳤을 때, 앞에 있는 차량이 비상점멸등을 켠다면 다른 차량의 운전자는 앞의 차량이 양보를 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양보를 해달라고 하는 뜻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보행자가 지나가려고 하자 지나가라고 손짓을 한다면, 보행자는 지나가라는 손짓인지 아니면 지나가지 말라는 손짓인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 상황은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개나 고양이와는 달리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교통사고는 분명 소통의 적극화로 해결 가능하다고 사료된다.
결국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 도로공학적, 심리학적 관점 등에서 교통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소통의 부재 내지는 소통의 갈등 상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소통을 위한 핵심은 모든 운전자와 보행자가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다.
운전자와 운전자 간, 운전자와 보행자 간 '소통의 수단인 교통법규'라는 약속의 준수를 통해 상호간 소통의 부재나 갈등을 소통의 적극화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교통법규 준수의 일상화야말로 도로 위 불통이 있는 그곳에서 소통의 수호천사로 작용할 핵심도구가 될 것이며, 적어도 도로 위에서만큼은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데 있어 가장 강력하고 적실성 있는 수단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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