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는데도 불구하고 환풍구 안전관리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령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환기량과 환풍 주기 등만 나와 있을 뿐 덮개의 하중기준이나 환풍구 주변 위험 경고표시 등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대전지역에서도 지난해 판교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으나, 지하철 및 지하상가 통풍구와 채광창 등에 대한 안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대전 노은역광장에서 놀던 초등학생이 주차장 채광시설물이 깨져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수사한 경찰은 주차장시설을 관리하는 업체 대표에게 채광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초등학생이 사고를 당한 채광시설물 강화유리는 사고 전 이미 금이 간 상태였으며, 직원이 회사 측에 금이 간 강화유리에 대한 보수요청을 했지만, 보수하지 않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던 것.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은 강화유리가 깨지면서 7m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와 목을 크게 다쳐 중태에 빠졌었다.
노은역 광장 추락사고는 당시 인재논란에 휩싸였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사람의 통행이 많은 지하시설을 건설하며 광장에 강화유리로 된 채광시설을 설치했지만, 채광시설 주위에는 어린이들의 통행을 제한할 만한 안전시설은 전혀 없었기 때문. 대전시와 관리업체는 사고 직후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하지만, 노은역 운영업체 측과 대전시가 여전히 사고 책임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안전시설 미비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모 백화점 지하 6층 환기구에 고등학생이 추락,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생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중 1.1m 높이의 환기구에 올라갔다가 덮개가 열리면서 15m 아래로 추락하는 변을 당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에서 여고생이 야외에 설치된 10m 깊이의 환풍구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떨어져 중상을 입기도 했다.
지역의 한 건축사는 “환풍구는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시설로 현행 건축법상 별도의 시설안전 규정이 없어 판교 테크노밸리 참사처럼 사고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제도 및 안전관련 규정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