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전지역에서도 유사한 추락사고를 경험했지만, 사람 허리보다 낮게 설치된 환풍구와 채광창은 여전히 안전펜스나 추락위험 안내문 없이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19일 찾은 대전 중구 은행동의 문화의 거리 입구에는 널찍한 지하상가 환풍구가 발목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환풍구라는 안내판조차 없는 이 시설물은 추락사고를 부른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금속 소재의 덮개로 덮여 있었고, 깊이는 눈으로 가늠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갔거나 올라선 때문인지 덮개 곳곳이 휘어지거나 눌려 있었고, 접근을 막는 안전펜스나 지하상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 안내판은 없었다. 이날 확인한 대전 지하철 1호선 중앙역 등의 흡기ㆍ배기 환풍구에는 일정 높이의 차단막이 세워져 있었으나, 깊이가 어느 정도이고 추락 위험이 있음을 알리는 경고문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대전도시철도 관계자는 “환풍구에 올라서지 않도록 주의문구를 남겨놓거나 차단막이 설치된 상태로, 추가 위험요소가 있는지 점검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전에서 지난해 3월 채광창 추락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고 위험이 큰 채광창이 여전히 안전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3월 22일 노은역 지상 1층에 설치된 채광창은 완만한 경사에 접근을 막는 펜스가 없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방치, 초등학교 남학생(13)이 올라갔다가 유리가 깨지며 지하 7m 바닥으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사고 경험에도 서구 도안동 아파트단지 내 지하체육시설 채광창은 여전히 얇은 유리 한 장으로 덮여 있을 뿐, 안전펜스가 없었다. 또 둔산동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채광창에 올라 노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같은 채광창은 지하 주차장이나 체육시설을 밝히려고 곳곳에 설치돼 있으나, 유리 강도나 안전펜스에 대한 규정 없이 방치된 실정이다.
둔산동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채광창에 올라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지하주차장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며 “지하철 환풍구의 붕괴로 추락했다니 위험시설에 대한 안전조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