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노벨상에 거는 기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목요세평]노벨상에 거는 기대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4-10-15 16:19
  • 신문게재 2014-10-16 16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
해마다 10월이 되면 잇따라 나오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 혹시 한국인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세계적인 새로운 이슈를 불러오지는 않을까 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기대들에서다. 지구상에 전인류를 대상으로한 상들이 많지만 아직도 그 권위나 규모면에서 노벨상에 필적할만한 상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주 노벨 평화상 발표에 이어 어제 마지막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됨으로써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모두 끝났다. 이번에도 한국인들이 몇 명 후보로 올라간 것으로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과는 실망적이다. 특히 과학입국을 주창한지 수십년이 되고 그를 통해 엄청난 산업발전을 이룩하여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자부하는 우리로서는 이제 노벨 과학상 수상자 하나쯤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다른 상들은 정치적 입김이 상당히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순수하게 실력으로, 업적으로 평가받는 과학상의 수상이야말로 가장 큰 국가적, 민족적 자부심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거부가 된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사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과 유산을 바탕으로 하여 스웨덴왕립아카데미가 설립한 노벨재단에 의하여 운영되는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이중 경제학상만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설립 300주년을 기념하여 자체 기금으로 신규 제정한 것으로 가장 역사가 짧고 나머지는 모두 1901년부터 거의 매년 시상을 해오고 있다. 또한 6개 상중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가 선정하여 노르웨이에서 시상식을 하고 나머지 상들은 각각의 노벨상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스웨덴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상금은 각 부문별 800만 크로네(한화 약15억원)에 달하며 공동수상인 경우 노벨위원회에서 공적에 따라 상금 비율을 정해준다.

특히 과학상을 중요시하는 것은 그것이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달정도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등 3개 부문 과학상 수상자들의 국가별 집계를 보면 미국이 27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영국 87명, 독일 85명, 프랑스 36명, 스위스 20명, 일본 18명, 러시아 17명, 캐나다ㆍ네덜란드 16명, 스웨덴 15명, 중국 4명 등으로 나타나 있다.

수년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세계수준 과학자 배출과 창의형 과학기술 환경 조성'이라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연구원 수나 논문의 질적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국내 연구원 수는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8.3명으로 미국(9.3명) 일본(10.6명)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으며 SCI논문 수는 2007년 2만5,494건으로 세계 12위를 기록했으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논문 1건당 피인용지 건수는 3.44건으로 세계 30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과학의 창의성 부족'을 꼽았다. 과학자들이 짧은 시간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얻겠다는 양적 성장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추격해왔기 때문에 창의성과 원천기술 개발능력이 부족한 데다 암기위주의 국내교육이 창의성 발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2년전부터 창의융합대학을 설립하여 작지만 의미있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전공을 세분화한 교육보다는 창의력을 키워 융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전혀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이같은 시도들이 활성화되고 정착된다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도 더 이상 남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번 노벨상에서 다행인 것은 평화상이 여성인권운동을 벌여온 17세의 파키스탄 소녀와 인도의 아동인권운동가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여성인권과 아동인권의 중요성도 있지만 극한적인 대립을 겪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국민들에게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케 하여 새로운 평화의 씨앗을 심었다는 점이 괄목할만 하다. 벌써부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양국 총리의 공동 참석, 수상자들을 중심으로한 양국공동 평화사업 전개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노벨 평화상이 주로 '과거'의 결과에 대한 시상 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모처럼 '미래'의 기대에 대한 시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현실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