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어차피 먹을 것, 맛있게 먹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론]어차피 먹을 것, 맛있게 먹자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14-10-15 13:54
  • 신문게재 2014-10-16 17면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나갔다. 졸업한지 20년이 넘어서면서부터 동창 모임은 누군가 한 턱을 내는 자리가 되었다. 누구는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누구는 딸이 큰 장학금을 받는다고 기분을 내더니 졸업 3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아이들 시집장가 보내고 새로운 턱을 내느라 늘 차례가 밀려 있다. 그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감사로 넘친다.

그럴듯한 식당, 정식 메뉴가 줄줄이 나오며 P의 음식 품평도 이어진다. 이건 무치는 게 영양소 파괴가 되지 않는데 볶았네, 튀김 이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너무 짜다, 혈압에 나빠…. 틀린 말은 아니지만 O와 J의 추임새까지 보태 그 날의 식탁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던 P는 몸매관리도 잘 해서 날씬함으로 일차 친구들의 기를 죽이더니 행여 밥상머리에 행복이 낄세라 원천 봉쇄를 하는 느낌이었다.

P는 세상을 어떻게 보길래 이 맛난 음식을 먹으며 쉴 새 없이 문제를 찾아낼까?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P. Lakoff)에 따르면 P가 자기의 프레임(frame) 속에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 라고 정의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접할 때 자기가 가진 프레임에 따라 해석을 바꾼다고 하였다.

즉 '마음의 창'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가 듣고 말하고 생각할 때 늘 작동한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그 날의 식사는 M이 딸을 시집보내고 친구들에게 내는 잔치 음식인데, P는 자기 프레임에 따라 그저 영양과 건강의 관계로만 해석하고 만 것이다. 설령 기름기가 좀 있더라도 축하하는 마음으로 유쾌하게 먹었어야 그 식탁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었을 게다.

최근 들어 건강이 최고의 화두로 뜨면서 체중 감소와 적절한 식행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식탁에서 이 음식을 먹어야 하느니 마느니, 좋으니 나쁘니 의견이 분분하다. 필자도 나날이 체중이 늘어 걱정할 수위에 이르렀기에 음식의 종류나 조리 형태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지인들과 어울리는 자리나 귀한 음식 앞에서는 다이어트고 뭐고 무너진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의 프레임은 그 자리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P의 프레임이나 내 프레임을 두고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판단할 필요는 없다. 프레임은 일반적으로 좋고 나쁨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프레임이 환경에 더 적응적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만을 선택해서 먹더라도 작은 사항에 지나치게 매이고 강박적으로 행동한다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따지고 긴장하는 것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에는 '절제'도 필요하지만 '균형' 또한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일단 프레임이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부적응적인 면을 가졌다면 관점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한 예로 컵에 물이 반 있을 때, “물이 반이나 있네” 할 수도 있고 “반 밖에 없네” 할 수도 있다. 어느 프레임이 살아가는데 더 경쟁력이 있는지 따져보면 변화 동기가 생길 수 도 있다. 스트레스 자극은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개인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그 스트레스 자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편 프레임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연결되어 존재하므로 작은 언어적 표현에서부터 변화해보도록 하자. 위기(危機)를 위험으로 생각하면 위태롭고, 기회로 생각하면 기회를 얻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