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그린벨트… 지역현안 줄줄이 발목

유성터미널ㆍ구봉지구 등 추진 '안갯속' 해제권한 정부지자체 이관 속도내야

공공성이 강한 대전의 대규모 현안사업들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줄줄이 발목 잡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해제 권한을 가진 정부가 난개발 우려 등을 내세우며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ㆍ도지사협의회와 정치권이 나서 일정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까지 상정했지만,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적극 반대하면서 각종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14일 현재 대전에는 모두 53.10㎢ 달하는 개발제한구역이 있다. 이 중 국토교통부 지정 면적이 42.63㎢, 대전시 지정이 7.68㎢다.

현재 대전시가 추진 절차에 들어간 그린벨트 해제 대상 사업은 유성복합터미널과 구봉지구 발전기술연수타운 등이다. 유성구 구암동 일대에 추진 중인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예정지 중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10만2080㎡ 정도다. 광역환승터미널과 유통상업시설 등 3만㎡와 BRT, 도로, 공원, 상업용지 등이 7만㎡다.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그린벨트 해제 요청이 통과해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민자사업이라는 점에서 장담할 수 없다.

구봉지구 발전기술연수타운 조성 사업은 화력부문 발전 5개 회사의 종합교육훈련기관이다. 연간 5만명 정도가 이용한다는 예상 하에 대전시는 생산 파급 효과를 1643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는 사업으로,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17년 완공이 목표다.

이 사업 부지에 필요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면적은 13만 7000㎡ 규모로, 시는 올해 말까지 모두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신세계 유니온스퀘어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이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중도위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민간기업이 대규모 유통상업시설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시의 요청을 받아들지 않아 좌초된 바 있다.

모두 3450억원 투입되는 안산지구 첨단산업지구 조성과 90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유성구 학하ㆍ용계동 일원에 조성하는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 등도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만은 않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지난 4월부터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30만㎡ 이하 면적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광역단체장에 위임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국토교통부의 반발이 거세 만만치않지만, '현실에 맞는 규제 완화'가 정부의 기조인 만큼, 해볼 만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지자체의 의지와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국토부의 입장 모두 일리는 있다”며 “중앙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분권과 자치 흐름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