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 |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가 된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이 요즘 극장가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0년전 '효자동 이발사'로 데뷔한 임찬상 감독이 고(故) 최진실을 기리며 조정석, 신민아 커플을 신혼부부로 2014년판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대중 앞에 선보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486세대엔 첫사랑 같은 영화이기도 하고,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영화일 수도 있다. 애틋한 기억의 저편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백투더퓨처하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4년 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조정석(영민 역)과 신민아(미영 역)의 감정의 변화를 리얼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깨는 듯해도 여전히'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훈훈함을 전해주는 해피엔딩이어서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이런 점이 바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혼부부의 사랑과 눈물, 작은 싸움과 소박한 희망을 일상생활의 유머로 그려낸 이 작품은 8개의 부제속에서 작고 소박한 사랑이야기가 맑고 따뜻하게 펼쳐지는 수채화 같은 영화다. 신혼 초기의 사랑스러움과 풋풋함, 그리고 각자가 꿈꿔왔던 결혼이 현실로 변해가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감과 이에 따른 갈등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리얼하게 펼쳐지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능청스럽고 귀여운 조정석과 깜찍발랄한 신민아 커플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함께 부르는 유머러스한 가사의 유쾌상쾌한 영화주제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듀엣곡은 더없이 밝고 발랄하고 신선하다.
중독성 강한 경쾌한 멜로디의 미디엄 템포 주제가에서 결혼의 환상과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가사가 특히 귀를 사로잡는다. '미녀에서 마녀가 된 너. 바가지만 긁어요', '훈남에서 진상이 된 너. 밥 먹을 때만 찾아', '치약을 끝에서 짜는 게 왜 중요한 건지' 등 생활 가사에 '내가 결혼을 한 건지 입양을 한 건지', '먼 훗날 내가 행복했었다 말할 그 사람' 등 영화 속 대사로 이루어진 내레이션은 폭소를 자아낸다.
영화에서 또하나 흥미로운 점은 바로 배우들의 나이다. 현 세대의 만혼 트렌드를 반영이라도 하듯 박중훈과 최진실이 24년전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찍을 당시 나이가 24세, 22세였던데 비해 조정석과 신민아는 그보다 열살이나 많은 34세, 30세다.
아내의 목소리 데시벨 또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24년전 전업주부였던 최진실은 남편 사진에 대고 화풀이하는 소심한 아내였던데 비해 2014년판 리메이크작은 맞벌이 부부 시대상황을 반영해 시간제 미술학원 강사인 신민아가 남편 조정석에게 큰 목소리로 온갖 잔소리를 다 퍼붓는다.
출판사 직원이자 작가였던 박중훈은 아내더러 “남편 고생하는 줄 모르고 집에서 퍼질러 있다”고 소리지르는 마초였던 반면 시인을 꿈꾸는 동주민자치센터 9급 공무원 사회복지사 조정석은 아내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한번 내지 않는, 순하고 귀여운 남자다.
이들 신혼부부는 수많은 갈등과 위기와 고비를 넘고 넘으면서 어느새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결실을 맺고 2세 주니어를 낳아 기르며 일상 생활속에서 깨소금을 볶으며 살아간다. 결혼에 대한 솔직담백하면서도 유쾌하고 리얼한 이들 커플 이야기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신혼부부들에게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되는 듯하다.
'사랑하지만 때론 증오의 감정이 폭발하는' 남녀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상황과 생생한 대사들로 리얼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솔직함과 재기발랄함 뒤에 감춰진 진한 인간애가 가슴에 와 닿는다. 만추의 계절에 마흔 나이로 늦장가 든 막내동생 부부가 신혼의 깨알재미를 마음껏 누리며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로코의 주인공이 되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에 막내 동생과 같은 신혼부부들을 위해 이 영화를 소개해봤다.
우리 사는 지구별에서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끝까지 내곁에 남아있을 사람, 서로로 인해 많이 힘들고 아파도 결국은 단둘이 남아 서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 영원한 동지인 부부들의 사랑이 이 가을 더 아름답게 성숙해지고 깊어지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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