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야기]법치와 덕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법률이야기]법치와 덕치

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4-10-13 14:09
  • 신문게재 2014-10-14 16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우리는 이미 서양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치에 있어서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한 서양적 사고가 덕치를 중심으로 한 동양적 사고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치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덕치였지 법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후의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법이 만들어져야 하고 법치주의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선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고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고가 아닐까?

동양적 사고는 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선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도리, 즉 도덕 그 자체를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며 위정자들의 국민들을 향한 정치의 근본이라고 했던 것이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군자의 의미, 그리고 우리 전통사상으로서의 선비정신은 바로 덕을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며 정치의 근본이라는 뜻이 아니었던가?

오늘날의 정치는 최후의 선조차 무시하고 법위에서 법을 악용하고 이를 휘두르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이것은 패도정치를 넘어선 정치라는 이름의 악한 행위가 아닌가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것이다. 공자님은 인(仁)을 인간 도리의 근원으로 보았는데 바로 인이란 충서(忠恕), 곧 오로지 한 마음으로 자신의 중심을 잡고 남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남을 자신과 똑같이 여기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제자 안연이 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극기복례(克己禮),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나가는 것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예(禮)란 무엇일까? 원래 공자님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것은 바로 백성을 평안하게 하려는데 있다고 하였는데(修己以安百姓) 여기에서의 백성은 다른 사람, 즉 모든 인간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처럼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이루는 삶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수양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다른 사람과의 조화로운 삶을 이루는 것이 바로 예인 것이다.

또한 예란 바로 의(義)가 구체화된 형식으로서 오늘날의 법과 정치 그리고 도덕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사회질서에 관련한 모든 것을 예로 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예의(禮儀)라는 말을 잘 알고 있다. 예의가 없다는 말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땅히 지켜야 할 예절과 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예의의 기준을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꾸만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의가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이러한 예의가 없다면 그리고 오로지 법에 의한 삭막한 형식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행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겠는가?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부터인가 예의라는 말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참 예의가 바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저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의 행동이나 생각을 허용하고 있을 뿐 실제로 그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존중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법과 질서라는 말보다는 예의, 존중이라는 말이 넘칠 때에 조금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바로 이것이 덕치의 근본인 것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