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대나무의 진가는 5년째부터다.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가 넘게 자라기 시작하는 이 대나무는 6주 만에 15m 이상 자라며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룬다. 땅을 파보니 뿌리가 30리 밖으로까지 뻗었다는 말의 진의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당장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먼 시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어떤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7차 시행 이후 교육과정은 전면ㆍ부분 개정을 포함해 14차례나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일년에 한 번 꼴로 지난 2012년에는 한해에 세 번이나 변경되기도 했으며 잦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오는 2016년 단 한 해에만 초ㆍ중ㆍ고등학교 전체 12개 학년이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정부는 50여년만에 문이과 구분이 폐지되는 '2015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생이 되는 201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이번 교육과정 총론은 '공통과목'을 도입해 문ㆍ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다양한 선택과목을 제시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학습하게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새로운 정책이 수립되고 낡은 인습이 타파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집권정권입장에서 임기내에 정책의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물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가 교육에도 적용되면서 국가 교육과정이 정권때마다 바뀐다면 문제다.
벌써부터 새 교육과정의 수능 시험이 골격이 나오는 2017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또다시 새로운 교육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어느덧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백년대계(百年大計)'에서 정권에 따라 바뀌는 '권의지계(權宜之計ㆍ그때그때 바뀌는 일관성없는 대책)'가 됐다. 모소대나무의 성장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오희룡ㆍ교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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