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옛길을 따르지 말고 너의 길을 따라 가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사에세이]옛길을 따르지 말고 너의 길을 따라 가라

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 승인 2014-10-13 14:09
  • 신문게재 2014-10-14 16면
  • 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참으로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세상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많은 언어의 홍수 속에서 그리고 시기와 질투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루고 있다. 때에 따라 자기가 가장 믿고 따랐던 존경하는 스승이나 신앙의 지도자들에게 너무나도 인간적인 측면을 발견하면서 속물근성의 저속함 때문에 섭섭해 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지금까지 자신이 보살펴주고 평생 함께 생활할 것이라 믿었던 가족이나 후배들로부터 거리감을 느낄 때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살고 저렇게 피 터지는 싸움들을 하는지? 왜 사람들은 저렇게까지 남의 이름을 앞세워 투쟁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정말로 저 사람들이 국민을 위하고 남아 있는 유가족을 위해 자신들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이 정의감에 사로 잡혀 투쟁하는 것일까?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최근에 발생한 큼직한 사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짙게 더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근 5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 곳곳에 갈등을 야기시키다 마침내는 유가족 대표가 대리기사를 폭행하여 사회 문제가 된 세월호 사건, 이 사건의 책임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사람들. 이들이 말하는 데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군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행ㆍ자살사건, 이 사건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다양하다. 군대의 기강이 무너져 발생한 사건이라면 군대의 기강을 바로 잡을 대책들을 마련해야지 땜빵식 임시방편의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한다면 유사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운이 없어 그 부대의 지휘관이 되었다가 날벼락을 맞은 사람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생활했었던 부대를 떠남으로 아까운 고급장교들을 잃어 버려야 했다. 그 뿐인가 이름 석자를 대면 한국인이라면 다 알 수 있는 사람이 딸보다 어린 손녀같은 아이에게 추한 손놀림을 놀렸다가 사회의 비난을 받는 등 우리사회는 누가 봐도 도덕이나 윤리가 무너진 상태에서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큰소리 치면서 활보하는 도덕 불감증 사회인 것이다.

필자는 이같은 현상을 보면서 모든 문제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남을 이용해 입신의 영달을 기하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서산대사가 사명당에게 전한 말 한 마디를 떠 올렸다.

서산대사와 사명(四溟)당, 이 두 사람은 서산대사가 묘향산 원적암에서 주지로 생활하고 있을 때, 사명이 ?아가서 처음 만났다. 이때 사명의 나이는 32세로 웬만큼 도를 닦아 주지로 임명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사명은 주지직을 마다하고 당시의 고승 서산대사에게 정법을 묻기 위해 원적암으로 서산을 ?아갔다.

기골이 장대한 사명에게 서산은 이곳을 올 때 “어디로 왔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사명은 “옛길을 따라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서산은 이 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명에게 “옛길을 따르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거라”라고 처음 보는 사명에게 큰 소리로 교훈을 주셨다. 서산대사가 사명에게 준 이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 큰 교훈을 주는 말이다. 남의 말에 속아서, SNS로 남의 말을 퍼다 나르면서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으려고 하는 현상에서 남의 불행을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서산대사의 말씀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자신을 희생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우리사회가 건전해 지고 각종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 고발 및 진정으로 재미를 보는 도덕불감증 사람들이 설자리를 잃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통념상 불의가 통용되는 사회는 결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없으며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절대다수 의 사람들이 그 당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옛길을 따라가더라도 나만이라도 그 길을 따라가지 말고 새 길을 만들어 갈 때, 그리고 이런 사람이 많아 질수록 우리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