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국토정중앙배전국당구대회(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에서 대전 유승우가 우승해 시상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한 모습.
대전당구연맹 제공 |
한 때 당구장은 불량스러운 장소로 깊이 인식됐다. 영화를 보면 당구장에서 담배를 물고, 당구를 치는 동네 건달들이 단골처럼 나왔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구장은 이런 인식이 깊이 박혀 있었다. 고등학생들이 당구장을 출입하면 '불량 소년'으로 낙인이 찍혔고, 당구장은 대학에나 들어가야 출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늘 '음지'라는 고정관념으로 가득했던 당구가 어느 새 대중적인 스포츠로 불리며 '양지'로 나왔다.
미녀 당구스타 차유람을 필두로, 우리나라 3쿠션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김경률 등 당구 선수들이 TV채널 등을 통해 화려한 솜씨를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기도 끌고 있다.
하지만 당구가 대중적 인기를 끄는 만큼 엘리트(전문) 체육으로서의 당구의 여건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프로 선수들을 제외한 전문 당구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큐를 놓지 않으며 어렵게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대전에는 초중고부터 대학, 실업 등에 이르기까지 당구팀이 단 한 개도 없다. 물론 선수는 있다. 현재 여자 선수 5명, 남자 선수 14명 등 19명이다. 이 중 고교 선수는 남·여 각각 1명씩 2명이다.
나머지는 일반부 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 직장생활 등 현업에 종사하며 어렵게 당구를 하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팀 자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전 선수들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전 당구의 자존심인 유승우는 2012년 전국체전과 2013년 전국체전 남자일반부 포켓 9인볼에서 은메달을 계속 대전으로 가져왔다. 또 2012년에는 포켓 8볼에서 금메달 1개를 획득하는 등 대전 당구의 명맥을 잇는 대표주자다.
남자에 유승우가 있다면 여자에는 배진실이 있다. 배진실은 93회 전국체전 여자 포켓 8볼에서 은메달을 가져왔다. 대전당구연맹(회장 임명규)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당구에 대한 애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선수 육성은 물론, 변변한 대회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대전 당구연맹의 큰 과제다.
지난해 5월 각고의 노력 끝에 제9회 대한체육회장배 2013 전국당구대회를 유치, 개최해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올해는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유치하지 못했다.
임명규 회장은 “전국체전에서 당구의 점수 비중이 560점에서 올해부터 4160점으로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여전히 당구에 대한 체육 지원 측면에서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물론, 많은 종목들이 어렵고, 모두 제대로 지원해주기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선수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임 회장은 그러면서 “당구의 비중이 커진 만큼 실업팀 창단 등을 통해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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