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배우는 아이들… 북유럽 교육 안 부럽죠

마음으로 배우는 아이들… 북유럽 교육 안 부럽죠

폐교 위기 딛고 도약… 일방적 지도 아닌 배움에 수업 초점

  • 승인 2014-10-13 13:27
  • 신문게재 2014-10-14 10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중도일보-충남교육청 공동캠페인 '교육희망 만드는 학교혁신'-아산 거산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교육에 대한 틀이 틀어지면서 공교육이 설자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은 백년 대계라 했다. 하지만 지난 1960년대이후부터 우리교육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거의 10년주기로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오늘날 7차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할 교육이 시류에 편승해 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 흔들리면서 교육가치에 혼동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 사회구조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편법과 불법까지 마다하지 않는 그릇된 사고와 오직 입시만을 위한 주입식 지식교육에서 비롯된 사교육의 과도한 팽창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교육계는 일신우일신하면서 감히 100년을 내다보는 새틀짜기에 분주하다. 그동안의 입시 대비 주입식 지식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이고자 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학교혁신'을 주창하고 있는 충남교육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이러한 학교혁신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교육비전을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으로 정하고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학교혁신'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보는 충남교육청과 함께 학교혁신의 방향을 찾고자 총 5회에 걸쳐 '교육희망을 만드는 학교혁신'이라는 주제로 공동캠페인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요즘들어 핀란드, 덴마크 등 소위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왜 그럴까. 단순히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서 가장 높은 성취도 보여주고 있어서일까. 아니다. 그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 민주주의 교육, 그리고 경쟁없는 교육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교육방식인데 지금에 와서야 이를 부러워해야할까 싶다. 그렇다고 이러한 교육방식을 벤처마킹하기 위해 굳이 멀리 북유럽까지 갈 필요는 없다. 이미 충남교육현장에서도 훌륭하게 이런 교육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거산초와 송남초, 대기초, 홍동중학교가 대표적이다. 바로 새로운 공교육 모델학교로서 빠짐이 없는 학교들이다. 이중 거산초의 사례를 중심으로 공교육 정상화의 길이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내 삶의 주인은 나, 더불어 사는 우리=아산 송악면에 위치한 거산초등학교(교장 장동선)는 1992년 거산분교로 격하돼 폐교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다 2002년부터 지역주민, 시민단체와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학생중심의 교육활동을 전개하면서 '공교육내에서 대안 찾기'를 시도했다. 변화는 성공했다. 2001년 34명에 불과했던 전교생이 지금은 107명으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다. 이제는 주목받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거산초의 변화는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내 삶의 주인은 나, 더불어 사는 우리'라는 인간상을 토대로 학생중심 학교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앎과 삶이 하나되는 학교로 체험 중심 교육과정을 구성, 운영한게 주효했다. 이어 자율과 참여로 모두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학교문화를 정착시켜 나갔다.

▲몸으로 익히고 가슴으로 느끼는 공부=거산초의 대표적인 교육활동은 앞서 소개했듯이 '자연과 하나 되는 생태교육', '참 삶을 가꾸는 문학교육', '삶과 하나되는 체험교육',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교육' 등이다.

생태교육을 통해 자연 속에서 '기르는 문화'를 몸으로 겪는 이 학교 학생들은 자연히 인내와 배려를 배운다. 보다 확실한 생태교육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는가 하면 학부모 생태교육지원단을 구성해 내실을 기한다.

문학교육은 학년별로 글쓰기와 문집엮기, 독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체험교육은 학교교육과정과 맞물려 교과를 재구성해 기획한게 눈에 띈다. 연 2회 실시하는 계절체험학습은 1학기엔 생활공예를, 2학기엔 생태와 문화예술체험 중심으로 운영한다.

문화예술교육은 교과, 동아리, 학교행사 등에서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구성원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뤄지고 실천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거산초 수업 풍경은 교실 문이 닫혀 있는 게 아니라 열려 있으며, 동료교사들과 함께 수업을 연구하는 모습이 이제 일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교사의 일방적 수업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교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으로 배움이 이루어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줄세우기식 평가는 이제 그만! 점수가 아닌 아이들을 보세요!=거산초의 평가는 말그대로 줄세우기가 아니다. 철저히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뤄진다.

이 학교 교육과정 담당교사의 말을 빌리면 “수치화된 일제고사를 많이 보고 있는 게 학교의 관행이고, 어떤 평가든 수치화된 평가는 서열화되기 쉽다. 그리고 수치화된 결과는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을 진정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교육의 결과가 학생들의 종합적인 면을 어떻게 신장시켰는지 확인하는데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 거산초는 어떤 방식의 평가가 됐든 학생들이 성장하고, 학부모들이 소통할 수 있는 평가의 본질을 찾아가고자 애쓰고 있다.

▲참여하고 협력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요= 거산초의 교육활동만 보면 다른 학교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교육주체의 자율과 참여를 바탕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는 참여하고 협력하는 학교문화 구축이 학교혁신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나만의 자식을 넘어 함께 키우는 학부모와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학교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학부모와 마을의 역할이다. 수확한 옥수수를 학교운동장에서 학부모와 함께 쪄먹는가 하면 가을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하는 교실에도 어김없이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마을은 일손을 돕기 위한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지원하며, 대표단과 교육지원단으로 구성된 학부모회는 교육공동체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교육은 자기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모습에서 폐교위기의 학교가 어떻게 주목받는 학교로 탈바꿈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희생으로 인내를 강요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찾아줘야 합니다. 지금의 행복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봅니다.”

거산초 장동선 교장은 이처럼 학교혁신은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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