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영 천안시장 |
프랑스는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전세는 없고 월세만 있다. 파리에선 보통 세입자의 월급이 방세의 3배 혹은 4배가 되어야 방을 구할 수 있는데, 파리지엥들은 평균 자기 월급의 40%를 월세로 내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에서는 임대로 나온 스튜디오(원룸 아파트)나 아파트에는 심하면 몇 십 명의 경쟁자가 붙기도 한다. 엄격한 서류 심사를 거쳐 월급이 제일 많고 보증이 튼튼한 자가 아파트를 얻게 되는 사회적 '룰' 때문에 집을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형편이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의식주는 인간의 생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집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사고 팔수 있는 사유재산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다 주택 보유자는 광주에 사는 60대로 2312채를 보유하고 있고, 최연소 임대사업자는 전남 나주시의 5세 어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41.7%가 무주택자임을 고려할 때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충남의 전세가율도 74.5%로 70%를 넘어섰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폭이 좁아지고 전세가격 상승폭은 커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적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서민 주거가 불안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방증이다.
복지 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천안지역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 가구의 54.4%가 월세살이를 하고 있고, 18.9%는 남의 집이나 컨테이너 등에서 무상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가에서 사는 비중은 16.2%에 불과해 저소득층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한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말 기준 충남의 LH 영구임대 희망자는 3206명으로 이들이 입주하려면 평균 2년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천안의 경우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작년 4월 기준 희망자가 2100여명을 넘어서며 대기년수가 최소 7년에서 10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천안지역에서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무주택 서민들을 수용하기에는 그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해 희망자들에게 입주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천안시는 2018년까지 총 2500세대의 서민 임대주택 보급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중산층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1500세대 신규 건설을 비롯해 기존주택 전세임대 500세대, 신혼부부 전용 300세대, 독거노인을 위한 셰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 200세대 보급을 통해 서민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거복지 향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필자는 주택정책의 기조가 서민들을 위한 주거 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와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한 임대주택 및 소형 저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두텁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고 나면 바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다. 종국에는 국민 모두가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기조로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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