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금융에 이어 통일금융이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국책은행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되는 등 단순히 상품 중심이 아닌 점이 눈길을 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통일금융을 포함한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시중은행들도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기부형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남북경협이나 통일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금융에 대해서는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통일과정과 통일 후 금융지원과 운영방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통일 금융에 대한 논의 활발=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은행, 연구기관까지 통일금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5월에는 금융위가 통일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통일금융 TF는 6차례 논의를 거쳐 선행연구자료 검토, 주요 체제 전환국 사례와 북한의 현황, 남북 금융제도 인프라 통합방안, 개발재원 조달, 활용방안 등을 논의하고 통일금융 정책 방향 등을 다뤘다.
국책은행들도 통일금융을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IBK기업은행은 통일금융 관련 사업을 추진할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IBK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을 대비해 장단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등 통일금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IBK기업은행은 7월 통일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북한이탈주민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통일시대 준비'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올초부터 조사분석부 내 동북아팀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KDB산업은행은 7월 주요 20개국(G20)개발금융기관장회의에 참석해 통일금융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위해 독일재건은행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내 통일금융 공동컨퍼런스 개최와 통일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체결 등에 합의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7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과 공동으로 '2014 북한개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통일기반 구축을 논의했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동북아·북한 개발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금융기구의 역할,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동북아·북한 개발협력의 비전과 과제 등을 이야기했다.
▲시중은행도 통일대박 외쳐=시중은행도 통일을 정면에 내세운 금융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통일대박 OneKorea 카드'를 출시했다.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최대 0.7%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용 시 1%, 대한민국 6대 국경일(삼일절,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사용 시 5%, DMZ관광 10%, 서해5도 여객선, 통일전망대(파주, 고성) 입장 5%가 적립이 되며 이용금액의 일부는 '통일기금'으로 적립된다.
국민은행도 KB통일기원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통일관련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이 상품의 기본 금리는 계약기간별로 1년제 연 2.5%, 2년제 연 2.7%, 3년제 연 2.9%다. 여기에 다양한 우대이율을 얹어준다. 예금신규 시 통일희망 메시지를 작성할 경우 연 0.1%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통일희망 우대이율'과 드레스덴선언을 기념해 가입 기간별 우대이율(1년 연 0.1%포인트, 2년 연 0.2%포인트, 3년 연 0.3%포인트)을 제공하는 '통일물결우대이율'을 제공한다.
또 이북 실향민, 북한 이탈주민, 통일부 통일캠프 수료자 또는 어린이(대학생)기자단, 개성공단 입주업체 임직원, 통일부허가법인임직원이 증빙서류를 예금의 만기일까지 영업점에 제출할 경우 연 0.3%포인트의 '통일실천우대이율'이 적용되는 등 3년제 기준 최고 연 3.6%의 이율을 제공한다. 이 적금은 만기이자(세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 비용으로 대북 지원사업, 통일 관련단체에 기부금으로 출연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대한적십자사와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입출식통장·정기예금·펀드로 구성된 기부형 금융상품 '우리겨레 통일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 통장은 기본금리 연 0.1%에 추가로 연 0.5%를 우대하며, 우대된 이자는 예금주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되는 입출식 통장이다. '우리겨레 통일 정기예금'은 최고 3천만원까지 가입 가능한 1년제 정기예금으로 연 0.1%p가 추가 우대되어 연 2.7%의 금리가 제공된다. 만기 해지 시 우대이자가 대한적십자사로 기부된다.
신한은행은 통일과 관련된 연구와 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논의해 실행하는 '통일금융연구회'를 신설했다. 통일 전후를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과 통일금융 사례 발굴, 남북 경제협력 지원을 위한 관련 상품개발, 상표권 등록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향후 통일금융 상품의 상표권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동북 3성과 북한 접경지역인 단둥, 연변 등지에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발성 행사로 그치는 것 아니냐”=통일준비작업은 금융권에서도 필요한 현안이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코드맞추기' 차원의 단발성 행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각종 관련 행사와 상품 상당수는 단기적이고 전시성 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자 '녹색금융'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상품은 아예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금융 보신주의를 지적하며 '기술금융'을 강조하자 통일금융의 자리는 '기술금융'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발언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통일금융은 우리가 당면할 중요한 과제”라며 “단계별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꾸준한 관심을 갖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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