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와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로 구분되는데, 3만 8000여 그루 중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동구 1200그루, 중구 1800그루, 서구 2000그루, 유성구 1800그루, 대덕구 2200그루 등 총 9000여 그루에 달한다.
문제는 매년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질 시기가 되면 바닥에 떨어진 열매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냄새 때문에 민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각 자치구는 예산·인력이 부족해 제 때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은행나무 열매를 직접 털어서 가져가는 등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도로변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납, 카드뮴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은행나무 열매를 가져가는 주민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열매를 가져가는 주민이 사라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방치되는 열매가 급증하게 됐고, 열매가 터지면서 나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청소를 해 달라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5개 자치구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상태가 악화된 동구의 경우 공원녹지과 직원 3명이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곳 위주로 해결하고 있지만,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나무는 10~20여 그루 밖에 안 돼 많은 곳이 방치되고 있다.
5개 자치구 중 재정상태가 그나마 괜찮은 서구도 직원 7명이 새마을회 등 자생단체의 도움을 받아 민원을 처리하고 있으나, 방치되는 곳이 더 많은 상태다.
이와 관련, 시는 올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연차적으로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그동안 냄새로 고통을 받았던 주민들은 환영하는 반면, 일부 주민들은 1년 내내 나는 냄새도 아니고, 길어야 1~2개월인데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가로수를 교체하는 것은 예산낭비라 아니냐고 지적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려면 나무 직경이 10cm 이상 되는 것을 심어야 한다”며 “한 그루 교체하는데 40~5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예산도 예산이지만 뽑은 나무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단 올해는 전수조사만 실시하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