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교육계가 보육료 지원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산모와 아이를 둔 주부들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관련,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의를 밝혔다.
이럴 경우, 당장 만 3세 유아부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끊겨 부모들의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대상 인원은 62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유아를 둔 부모들의 저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보육료 지원 논란을 정부가 스스로 낳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공약사업으로 여성 고용을 늘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해 경력단절 여성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그러나 우선 여성 일자리를 창출해 여성고용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보육료 지원 중단 앞에 여성들의 발목만 잡은 셈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두고 직장으로 나서려는 주부들에게 보육료 지원 중단은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얘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집에서 아이를 보육할 때 지원하는 가정보육수당을 정부가 최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보육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려는 정부의 유보통합 정책방향이 이같은 논란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유보통합으로 유아에 대한 보육정책을 큰 틀에서 전개한다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일부에서는 주부를 집에 가둬두려고 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 고용 기회를 넓힌다는 정부의 발상은 그 자체로 난센스라는 비난까지 이어진다.
아이를 가진 산모들까지 우려감을 내비친다. 한 산모는 “내 아이가 태어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정말 정부의 보육정책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한가득”이라며 “아이 가진 부모의 마음을 정부와 자치단체, 교육계 모두가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교육 재정이 바닥난 상태이고, 보육비 부담은 정부에서 맡아줘야 할 기본적인 사안”이라며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다각적인 설득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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