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긴급복지제 유명무실… 바뀐 기준에 899명 탈락

2월 신청해 7월에 선정된 경우도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을 위한 '예술인 긴급복지'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잦은 기준 변경과 설계 오류는 물론 전문성이 결여된 심사과정, 긴 심사 기간 등으로 예술인들이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새정치연합·비례대표)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예술인 긴급복지 제도 신청자 3362명 중 899명이 바뀐 재산조건 기준(건강보험료 납입고지액)이 적용돼 탈락했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 5월 13일 개인 신청 자격 기준이 변경됐음을 알렸다. 공고 당시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던 재산 조건에 '건강보험료 납입고지액 2014년 최저 생계비 200% 이하' 조항이 추가되고 이전 신청자들에게도 바뀐 기준이 적용됐다.

지원 대상이 본인이 의료보험을 낼 수 있는 예술인들로만 제한된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가족의 피부양자로 들어가 있는 예술인들은 심사에서 가족이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긴 심사 기간도 문제다. 긴급복지제도 선정은 예술인복지재단 담당 직원들의 서류 심사로 확정되지만 평균 35일이 걸리고, 이 중 15일이 신청 접수와 대기하는 시간으로 소요됐다. 서류 보완이나 이의제기 등이 추가로 진행될 경우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2월말 신청했지만 7월 중순쯤에나 선정이 확정된 예술인이 4명이나 이른다. 반면 보건복지부 긴급복지지원은 신청절차를 최소화해 1~2일이면 끝나고, 사후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도종완 의원은 “3개월 뒤에 변경 기준을 고시하고, 개인 재산 없는 건강 보험 피부양자인 경우에만 가족의 재산을 본다면 어떤 예술인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다시 세우고 심사과정에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