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 놓고 보면 취업률 위주의 판단을 빌미로 실용학문 일변도로 간다는 지적이 적중했다. 2013년까지 10년간 인문ㆍ과학 입학정원이 9.8%, 수학ㆍ물리ㆍ천문ㆍ지리 등 학과는 43.3% 감소했다. 3배에서 10배 이상 증가한 실용학문의 사정과 비교하면 걱정이 커진다. 기초학문 분야 학과를 넘어 대학과 학문 죽이기라는 비판이 과도한 것이 아니었다.
대전ㆍ충청권 대학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게 더욱 문제다. 지역에서도 인문학 고사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 수를 마구잡이로 늘린 실책을 단기간에 만회하려는 듯 너무 성급하게 진행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없는 대학'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당면과제지만 문제해결 방식이 잘못됐다.
비인기 및 유사ㆍ미달 학과는 어느 정도 정리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정량적으로 줄이라니 비인기학과, 기초학문 학과부터 폐지하는 것이다. 대학은 실용이 아닌 학문을 위한 전당이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면 대학이 상업화가 진행됐다는 '지표'다. 세계의 대학과 경쟁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힘든 것이 기초학문 탓인가. 지역 국립대학에서라도 기초학문은 일정 부분 보호돼야 한다.
대학이라고 사회변동과 국내 여건에서 홀로 고고할 수 없지만 대학의 취업학원화라는 가속 페달을 밟는 정책에는 모순이 있다. 이번 충남 모 대학 수시모집에서처럼 학과 통폐합과 명칭 변경은 대학구성원인 재학생이 모를 만큼 일방적이다. 학과 묶기와 줄이기, 없애기, 명칭 바꾸기는 앞으로도 줄을 이을 것 같다. 고등교육의 근간을 허물거나 대학의 존재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길 바란다. 학문의 기본인 인문학이나 과학의 기초인 자연과학도 살려야 한다.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이 기초과학과 인문학을 죽이는 독이 되면 안 된다. 모든 대학이 많은 학과를 문어발처럼 거느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정원 증감의 불가피성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대학 및 학과 특성 고려 없이 획일적인 성과지표로 진행된다면 특히 지방대의 인문학 등 기초학문 분야 학과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오히려 기초학문에 대한 국가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때가 지금이다. 그리고 깊이 있는 구조조정의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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