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전원신흥초 교장 |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는 나른한 주말 오후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보려는 아빠들의 진지한 노력이 눈물겹게 보이기도 한다. 또 '백년손님'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낯설어 하는 처가에 사위가 찾아가서 아내없이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통해 사위와 장인장모님 사이에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또 있다. 가족이라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가족이라서 거리낌 없이 했던 말을 되돌아보며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라는 세 마디 말로 행복을 담아내는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도 있었다. 그 드라마의 슬로건처럼, 가족은 눈물과 감동이며, 치유의 의미를 갖고 있기에 나를 제대로 살게 하는 것도 가족이고, 내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도 가족인 것 같다.
'가족'을 주제로 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각 방송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떤 내용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가족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제법 많았다. 함께 살고 싶은 가족을 상상해 보는 '가족의 발견', 여행을 통해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주선하는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 지혜롭고 슬기로운 엄마의 길을 찾는 부모 역할 토크쇼 '부모', 오지나 외딴곳으로 가서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 '엄마 없이 살아보기' 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시청률의 높고 낮음에 프로그램의 존폐가 걸린 현실에서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높은 모양이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사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TV 프로그램이 유행하다 보니, 혹시나 젊은 부모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잘못 알려주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추억속의 '전원일기'나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에서 처럼 가족간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한데 말이다. 각종 선거 공약에도 등장하는 '저녁이 있는 삶'의 의미처럼, 가족을 생활의 중심에 놓고 가정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미 우리들에게 맞벌이 가족, 주말부부 가족, 한부모 가족, 조손가족 이라는 다양한 용어가 낯설지 않다.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가족으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갈등에도 쉽게 해체되는 가족, 맞벌이로 삶이 고단한 부모, 부모의 공백시간 동안 학원을 순환해야 하는 바쁜 아이들, 이렇게 모두가 바쁘게 살다보니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기본적인 삶의 지혜를 가르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아니 가르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지난 주, 우리 학교는 생활체육협의회와 공동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캠프, 1박2일!' 이라는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42가족 178명이 참여하여 운동장에 텐트 치고 모닥불도 피우고, 강당에서 밤늦게까지 책 읽는 부엉이가 되어 보기도 했다. 그 날 비록 좁은 공간의 텐트였지만, 모두 행복하게 잠들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가족'은 바로 그런 따뜻한 공간과 같은 의미로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라를 잃고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 온 유대인들의 삶의 지혜는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그들은 부모님으로부터 탈무드의 지혜를 전해 들었으며, 하브루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꿈을 키웠던 것이다. 내 사랑하는 자녀를 미래 인재로 키우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따뜻한 소통의 시간이 있는 가족의 역할을 되살려 내는 것이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철저한 기본을 배우는 아이들이야 말로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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