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대전대 교수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것이 운동경기인데 아시안 게임 종목 중 유도, 복싱, 레슬링, 태권도는 동메달이 2개다. 이들 경기는 격투기 종목으로 동메달인 2개인 이유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실수(?)로 인한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이기 때문. 선수에게 있어 패배는 눈물이요, 절망이다.
선수들은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의 메달을 위해 하루 종일, 일년 내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참으며 메달, 그것도 금메달 만을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다. 이런 상황하에 한번의 실수(?)가 불러온 패배는 4년이라는 노력의 시간을 헛된 시간으로 만들며, 앞으로 4년이라는 시간을 참고 견뎌야하는 인내의 시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선수치고 누가 지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본론으로 들어가서 창업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창업생태계에 지속적인 유입과 퇴출의 선순환구조가 일어난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의 창업생태계는 자발적 창업이 아닌 명예퇴직 등 비자발적 창업의 유형이 많다. 이는 창업생태계에 갑작스럽고 대량의 유입을 가져오고 또 이에 따른 부작용에 의한 퇴출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흔한 이야기로 명퇴금은 삼겹살 식당에서 시작해 치킨집으로, 또 분식집으로 작아지면서 결국 무일푼으로 변해 버린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생활의 패배는 돌이킬 수 없는 극빈층의 악순환고리의 시작점인 것이다.
이런 사회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오늘날을 살고 있는 모든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창업보육센터에선 약 33㎡(약 10평)의 좁은 공간에서 미래를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벤처기업들이 있고 이들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벤처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딱 2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자금과 인력문제이다. 이 2가지가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해결이 안 되다 보니 우리나라 벤처창업은 3년 안에 대부분 망하게 된다.
시장논리로 바라보면 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망하는 기업도 있는 것은 당연한데, 실패한 창업가는 사업에서의 실패와 함께 사회에서 격리되는 인생의 실패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창업 실패의 경중을 따져 부정과 부패로 인한 실패가 아니면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미국의 신생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 업(start-up) 지원시스템을 보면 부정부패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고 있으며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함께 하고 있다.
한번의 창업실패가 인생의 패배자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자료를 살펴보니 중소기업청에서는 실패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창업자금 지원 및 재기 중소기업인 대상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도전 환경 개선에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특히 이 프로그램은 2010년 15개 기업(15억원), 2011년 90개 기업(124억원), 2012년 131개 기업(202억원), 2013년 263개 기업(406억원)으로 지속적 확대ㆍ시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기업, 기업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제공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성숙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척도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실수가 실수로 인정되며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인 것이다.
명심하자. 또 명심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며, 실패의 경험은 그 무엇보다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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