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입학금은 보편성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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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학입학금은 보편성 상실했다

  • 승인 2014-10-05 16:57
  • 신문게재 2014-10-06 17면
입학할 때 내는 입학금은 말 그대로 '대학 자율'이었다. 관행으로 이어진 납부금이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0원부터 103만원까지, '고무줄 입학금'의 자의성에 이유 하나만은 확실했다. 기준과 규정이 미비한 결과다. 충청권 대학도 97만6000원인 곳부터 2만3000원인 곳에 이르기까지 천양지차였다.

산정 근거와 목적이 불분명하다 보니 애초 적정선이 존재할 리 없다. 입학금에 대해서는 '학생의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고 시기만 못박은 게 전부다. 국공립대끼리도 금액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다.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대체로 낮은 건 정부의 지원을 받느냐 입학금이 주요 재원으로 사용되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입학금' 명칭이 아닌, 정당한 징수 근거 부재와 산정 기준의 편법성이 가장 문제다. 일부 대학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신입생 대상의 입학금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입학금 합리화를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의 한 방법으로 활용해볼 여지를 가늠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결과는 일반대학원 입학금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2만원에 불과한 곳이 있는 반면, 그 60배 가까이 많은 대학원도 있다.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전문대를 봐도 보편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교육부의 방관도 과도한 '자율 책정'을 부채질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다 발을 뺀 정치권 또한 무책임하다.

수업료와 함께 등록금으로 묶여 교비회계로 편성돼 사용처도 다르지 않는 입학금을 일괄징수하는 방식은 고쳐야 한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 사례를 들춰보면 입학금을 따로 받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 현실에서 입학금을 최소 경비만 납부하거나 설령 폐지해도 우회적 수단으로 재정 부담을 학생에게 지울 소지가 있다. 평균 60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더 드는 고액 입학금을 규제 개선의 대상으로 다뤘으면 어떨까 한다.

입학금을 받더라도 용도와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혀 필요한 최소한만 받고, 그렇지 않는다면 폐지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한시적 조치로는 입학금 인상률과 등록금 인상률의 연동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고액 입학금 책정에 재정지원과 연계해 불이익을 준다 해도 다른 지표가 우월한 대학은 이를 경시할 거라는 가정을 미리 해볼 수도 있겠다.

사회적 논란이 더 증폭되기 전에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당한 징수 근거가 결여된 입학금 역시 관행적인 국립대 기성회비처럼 반환소송이라도 걸면 패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입학금 징수 사유, 산정 기준을 고등교육법에 명문화하거나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거나 택일할 때가 됐다. 왜 내는지,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입학금이 등록금 재원으로 쓰이는 불합리함을 이대로 두고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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