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을 믿기 힘들지만 일단 믿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격돌이 예고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정책국감으로 만들겠다며 벼르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듣던 귀에 익은 약속이긴 하나 정말 폭로와 정치공세로 끝막음되지 않아야 ?다. 세월호 문제나 담뱃값, 자동차세 증세 등 논란과 공방이 치열해질 현안이 많다. 파행 없이 잘 치러야 국감 이후 국회가 정상궤도로 접어들 수 있다.
지역에도 도시철도 2호선, 충청권 광역철도망 건설 등 현안이 수두룩하다. 지역민이 보고자 하는 것은 한건주의식 국감, 과열된 정치 논쟁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감사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정국 주도권을 위한 힘겨루기의 연장전처럼 가서는 안 된다. 행정부를 견제ㆍ감시하는 최고 수단인 입법부 고유 기능을 망각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감사도 피감도 '정책'에 모으라는 권고다.
특히 국감제도 수정 보완 논란이나 국감 무용론을 쑥 들어가게 할 책임의 대부분이 국회에 있다. 여야 간 형성된 냉기류 전선이 워낙 깊어 제대로 될지 미지수인 것은 사실이다. 야당은 근거 없는 폭로성 감사를 자제해야겠지만 여당 역시 변호하더라도 잘잘못은 가리며 근거를 갖고 대응해야 한다. 물론 피감기관 책임자의 무시나 회피와 같은 무책임이 국감 부실의 원인이긴 마찬가지다.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진정한 국감의 모습이다.
오랜 정쟁에 정신 팔린 데다 피감기관이 많을수록 국감을 정쟁으로 전락시켜 허비할 시간은 없다. 7일 정부세종청사 일부 부처를 시작으로 21일까지 대전ㆍ충청권 연고 피감기관의 감사 일정이 잡혀 있다. 16일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세종시, 대전시, 대전지방경찰청, 21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감사가 대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호통 국감, 중복 발언과 부실감사, 벼락치기 국감 관행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국정감사는 특정 정당의 장(場)이 될 수 없다. 행정부를 무시하는 것, 엄호하는 것 어느 것도 국회 본연의 자세는 아니다. 목적에 위배되는 국감은 피하되 건성이나 벼락치기로 가서는 안 된다. 피감기관이 많다는 게 부실 국감 정당화의 방편이 되지 못한다. 민생국감, 정책국감은 따로 밝힐 일도 아닌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정쟁으로 흐르지 않겠다는 약속이 627곳 전부에서 지켜져 '합격점'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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