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구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센터장 |
이처럼 만이라는 숫자는 적지 않은 시간, 적지 않은 횟수를 대표한다. 이런 만 시간의 법칙은 우리 연구자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일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계획했던 연구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만 번 이상의 실험을 반복해야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 현대 생활의 편리함은 지난 과거 누군가의 수만 시간, 수만 번의 노력 끝에 얻은 성과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연구의 핵심 연구시설인 KSTAR(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가 최근 1만번째 실험을 달성하였다. KSTAR는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장치 내부에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두는 역할을 하는 핵융합연구시설이다. 인류의 미래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 있는 핵융합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개발한 핵융합 장치로 지난 2007년 9월 완공되었다. 이후 2008년 7월 첫 번째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핵융합 기술 개발을 위해 만 번의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수행해 온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KSTAR는 세계 최초로 첨단소재인 초전도 자석으로 만들어진 대용량 자석전원장치이면서 핵융합 기술의 첨단 설계개념이 들어간 장치였고, 어느 누구도 이 장치를 운전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고온, 극저온, 고진공을 넘나드는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치인 까닭에 단순히 스위치 하나 켜는 것으로 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실험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로만 1년이 걸리는 까다로운 장치였다. KSTAR의 최초 플라즈마로 기록된 실험은 사실 794번째 플라즈마 발생 실험의 결과다. KSTAR 장치가 설계된 대로 정상적인 작동을 한다라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건인 최초 플라즈마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약 700번 이상의 실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KSTAR는 매년 2000번 가량의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수행하며, 세계가 놀랄만한 핵융합 연구계에 의미있는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핵융합연구의 변방에서 선도국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그동안 무사히 KSTAR가 만 번의 실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매년 체계적인 장치 성능 향상 작업과 유지보수 작업을 통해 성공적인 핵융합 플라즈마 실험이 수행되어왔으며, 핵융합 상용화 기술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됨을 의미한다. 지난 만 번의 실험은 KSTAR라고 하는 장치를 알아가고, 길들이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핵융합장치의 초보 운전자였던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만 번의 실험을 통해 KSTAR라고 하는 세계 최고 성능을 지닌 핵융합장치를 활용한 핵융합 기술의 습득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새로 구입한 자동차도 1만㎞키로 쯤 주행을 한 후에 길이 들어 보다 안정감있는 주행이 가능한 만큼, KSTAR도 이제부터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만 번의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KSTAR를 발전시켜 온 동료 연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KSTAR와 함께 앞으로의 실험에서도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열 수 있는 성과를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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